제77화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정해은은 순간 멍해졌고 그 감정이 단순한 착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착각은 점점 더 짙어져 마치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도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해은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성수혁 씨가 너에게 잘해 주지 않는다면 어쩌면...”
기선우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조용히 이어 말했다.
“떠나는 게 자신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몰라.”
정해은은 고개를 숙인 채 여전히 침묵을 지켰고 그 모습은 기선우의 눈에는 마치 무언의 거절처럼 보였다.
“미안해요.”
그는 입술을 오므리며 얼굴에 잠시 후회의 기색을 띠었다.
“내가 쓸데없이 참견한 것 같네. 그런 말을 할 자격도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해은아, 넌 예전엔 그렇게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어.”
정해은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에요? 우리... 예전에 알고 지냈던 사이인가요?”
‘맞아.’
주연희가 전에 기선우가 학창 시절 정해은을 좋아해서 편지도 쓰고 선물도 했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정해은은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왜지?’
저렇게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남자라면 분명 학교에서도 유명했을 텐데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나는 그 사람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까?’
기선우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해은이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우리 제1고등학교에 같이 다녔지만 반이 달랐거든. 같은 학교에 1년 반 정도 있었을 거야.”
기선우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약품들을 정리했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비닐봉지에 정성스레 리본을 묶은 뒤 부드럽게 말했다.
“가자. 위키 엔터에 가는 거지? 내가 데려다줄게.”
정해은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기선우 씨와 1년 반이나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었구나...’
그렇다면 그녀가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중학교 때부터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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