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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회사에 도착하자 기선우는 차를 세우고 그녀가 내려 걸어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오늘... 고마웠어요.” 조금 전 일을 떠올리자 정해은은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려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오늘 기선우 앞에서 울음을 터뜨린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기선우는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녀를 조금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정해은은 오늘 일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후회하며 한숨을 쉬고 앞으로 향해 걸었다. 위키 엔터 대문으로 들어서려 할 때 그녀는 문득 뒤돌아보았다. 그 순간 기선우가 아직 떠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기선우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가늘고 긴 다리를 곧게 뻗고 나무 아래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햇빛이 그의 윤곽을 부드럽게 감싸며 눈부시게 빛났다. 그녀가 뒤돌아보자 기선우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잘 가라는 손짓을 보내고 천천히 차로 돌아갔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정해은은 주연희가 이미 그곳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해은아, 돌아왔어?” 주연희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깡충깡충 뛰어왔다. “잠깐만, 너...” 그러다 주연희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세상에. 손목이 왜 그래?” 정해은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괜찮아. 조금 다쳤어.” “조금 다쳤다고? 손목에 멍이 들어 있잖아.” 주연희는 놀라움에 무언가를 떠올린 듯 얼굴이 순식간에 붉었다가 푸르게 질렸다. “말해 봐. 성수혁 그 개자식이 그랬어? 그 개자식이 감히 너한테 그렇게 하다니 정말 너무하네. 천벌을 받을 거야. 너 성수혁의 아내라는 거 잊은 거야?” “가자. 성수혁에게 따지러 가자.” 주연희는 폭발 직전이었다. “연희야.” 정해은은 침착하게 그녀를 붙잡았다. 주연희는 눈이 붉어진 채 정해은을 바라보았고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정해은은 시선을 내리깔고 차분하게 말했다. “괜찮아. 이미 약을 발랐고 며칠 지나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올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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