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가은은 벼랑 끝에 몰린 순간, 최정희와 계약을 맺고 백이현과 결혼했다.
3년 동안 그녀는 온순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며 다리 불편하고 까칠했던 백이현이 다시 일어서도록 곁에서 헌신했다.
그래서 이제 조금은 편안한 부부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백이현의 첫사랑 주서연이 돌아왔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그는 주저 없이 젖은 채 서 있는 아내를 두고 주서연을 데리러 갔다.
출장이라는 핑계를 대며 주서연과 콘서트에 가고 심지어 집에까지 데려와 그녀 앞에서 대놓고 애정을 과시했다.
실망과 배신이 쌓여가던 어느 날, 심가은은 결국 이혼을 결심한다.
...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한 연회장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마주쳤다.
한때 촌스럽고 답답하던 전 아내 심가은은 고급 맞춤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기품을 뿜어내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그 눈빛은 이제 다른 사람만을 향해 있었고 다른 이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백이현은 질투로 미쳐갔다.
그는 결국 심가은을 벽에 몰아붙이며 윽박질렀다.
“누가 허락했어? 네가 다른 남자한테 한눈파는 걸?”
심가은은 주저 없이 백이현의 뺨을 후려쳤다.
“어디서 굴러온 개 같은 남자가 들이대는 거야? 또 들이대면 성추행으로 신고할 거야!”
...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뒤, 그녀는 이웃 서민준을 만났다.
온화하고 믿음직한 그는 언제나 심가은의 곁을 지켜주며 작고 사소한 일조차 세심히 챙겨주었다.
서민준과 함께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소중히 떠받들리며 사랑받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그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