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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관가짜 환관
autor: Webfic

제3화

청이는 서재 문 앞에서 찬바람에 손발이 시려워 벌벌 떨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신재의 시가 세자 저하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그녀도 연루되어 같이 벌받을 것이다. 이무령이 김신재를 끌고 들어가면서 차갑게 한마디 내뱉었다. “이놈이 쓸모 있기를 빌어야 할 것이다.” 김신재는 웃으며 청이를 위로했다. “걱정 마십시오. 세자 저하께서 분명 큰 상을 내리실 겁니다.” 이무령은 눈을 흘기며 김신재를 서재 안으로 밀었다. “환관 주제에 허구한 날 여인들을 농락하기나 하고, 그래봤자 다 헛수고지!” 김신재는 늘 자신을 남자구실 못한다고 비웃는 이무령에게 언젠가는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서재에 들어서니 이무열이 자리에 앉은 채 김신재를 차갑게 쏘아보고 있었다. 옆에는 하얀 눈여우 모피 저고리를 입은 덕헌국 최고 미인 강청연이 앉아 있었고 그녀 역시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김신재를 보고 있었다. 환관은 어느 왕조에서도 지위가 낮고 사람들한테 무시당하는 존재다. 김신재는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인사를 올렸다. “세자 저하와 세자빈마마를 뵙겠사옵니다.” “왜 꿇지 않는 것이냐?” “주상 전하께서 새로 발포한 덕헌율법에 따르면 스승이 되는 자는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사옵니다.” “좀 배웠다고 잘도 써먹는구나. 얼른 네가 지은 시를 보여주거라.” 김신재는 손에 채워진 수갑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 상태로 어떻게 글을 쓸 수 있겠사옵니까?” 이무열은 어쩔 수 없이 이무령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복만은 들어와서 눈보라를 피하고 있으래도 여전히 밖에 서서 대기하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이건 세자가 얼른 과제를 제출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궁으로 돌아가서 복명하겠다는 뜻이다. 복만은 덕종 옆에 30년간 있은 절대적인 심복으로 덕종과 친아들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니 복만의 뜻은 분명 덕종의 뜻일 것이다. 이무령은 칼을 들어 네 번 만에 김신재의 수갑과 족쇄를 모두 제거했다. “군주마마 솜씨가 대답하십니다.” “덧없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움직이거라!” 이무령은 전혀 거리낌 없는 김신재의 모습에 퉁명스럽게 재촉했다.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탁자 앞으로 걸어가 붓을 들고 먹을 묻히며 거침없이 움직이는 김신재의 모습에 문맹인 이무령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무열과 강청연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김신재가 뭘 보여주려는지 확인하려고 가까이 다가왔다. 김신재는 한쪽으로 글을 쓰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읊어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농원 다스리듯 해야 할지어다. 개척하는 것은 쉬우나 질서를 수립하는 것은 어려울지어니 수원을 더럽히지 말고 항시 깨끗함을 유지하고 재배 전에 농지 공간부터 확보해야 하노라.” 이무령은 유려하게 쓰인 시조를 보며 감탄했다. “참 입에 잘 달라붙습니다.” 도대체 뭘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이무령에겐 이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평가였다. 이무열도 멍한 표정으로 강청연에게 물었다. “부인, 어떤 것 같소?” 강청연은 눈을 반짝이면서 죽간과 김신재를 번갈아 보며 그의 화려한 글씨체에 감탄했다. 강청연은 묵묵히 열몇 번은 더 읽어보더니 읽을수록 더 좋은 시라고 느껴져 흥분하며 말했다. “저하, 예전의 모든 과제보다 더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 아마 모든 왕자들 중에서 가장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네 마디의 온전한 시인 데다가 읽기도 편합니다만 시에 담긴 의미는 제 이해가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세자빈도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아마 세자의 머리로는 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얼른 설명해 보거라. 시간이 많지 않다.” 김신재가 의미를 대략 설명하자 이무열과 강청연은 고개를 끊임없이 끄덕였다. “이렇게 소박한 시구에 큰 사상이 담겨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개척하는 것은 쉬우나 질서를 수립하는 것은 어렵다는 부분이 아바마마의 치국 방향과 완전히 들어맞습니다.” 강청연은 칭찬을 금치 못했다. 지금 덕헌국이 직면해야 하는 건 백성들이 허기로 인해 내란이 끊이지 않는 문제다. 단순히 거칠게 진압으로 내란을 없애기만 한다면 쉬운 방법이긴 하겠지만 덕종은 폭군이 되기 싫었다. 또 농사를 지어 곡식을 상납하는 백성들이 없다면 천하를 다 가져도 아무 의미 없을 것이다. “그럼 이걸로 하겠소!” 이무열은 지체 없이 붓을 들어 김신재가 쓴 글을 베껴 적었다. 그의 필적은 김신재와 비교할 수도 없이 추하기 그지없었다. 이 시는 당대와 송대의 시 중에서 뛰어난 시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씨 왕조라는 문학이 결핍한 환경에서는 천재적인 시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의미를 알기 쉬워 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보기만 하면 대략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청이야, 들어오너라!” 청이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묻지도 않고 겁에 질려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저하, 목숨만 살려주시옵소서!” “목숨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본 세자가 너에게 상을 내리겠노라. 이 죽간을 서 총관에게 가져다주거라. 얼른!” 청이는 어리둥절해하다가 고개를 들어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김신재를 확인하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급히 죽간을 들고 문 앞에서 오랫동안 대기하고 있는 마차를 향해 달려갔다. 동궁은 면접이 넓어서 서재에서 대문 앞까지 최소 일각 이상 걸렸다. 이무열도 마침내 긴장을 풀고 김신재한테 질문했다. “다시 묻는다. 그날 우리가 나눈 대화를 들은 것이냐?” 김신재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 “가장 안쪽에서 책을 읽느라 정말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왜 저하께서 노여워하시는지 전혀 알 수 없사옵니다. 부디 명시하여 주시옵소서.” 이런 일은 인정하기만 하면 이무열은 마음에 두고 있을 게 분명하다. 김신재는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기에 끝까지 부정했다. 몰래 후사를 위한 밀책을 세우고 있다는 일이 폭로되면 세자가 왕위를 잃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전체 동궁 그리고 강청연의 친가까지 모두 큰 화를 입을 것이다. 덕헌국의 왕위를 외부 혈통을 가진 아이에게 넘기는 건 역모와 다름없는 행위다. 세자도 이 일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손 놓고 곧 자신의 것이 될 왕위를 빼앗길 수는 없었다. “동궁 내무는 세자빈이 관리하고 있으니 넌 앞으로 부인께 보고하도록 해라. 내 심복이 되기 쉽지는 않을 테니 네 입부터 잘 단속해야 할 것이다.” 말을 마치고 이무열은 서재를 떠났다.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하옵니다.” 김신재가 서둘러 고맙다고 인사하자 강청연은 조금은 인정하는 눈빛으로 당부했다. “먼저 돌아가서 쉬거라. 내일 궁에서 주상 전하의 평을 전해오면 상황에 따라 널 내관으로 위임할지 여부에 대해 다시 결정할 것이다. 그래야 다들 널 인정하지 않겠느냐?” “알겠사옵니다!” “동궁은 덕헌국 전체의 안위와 관련된 곳이다. 어떤 사소한 실수라도 수십만 명의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네 능력을 잘 발휘해서 세자 저하가 즉위할 수 있도록 보좌해라.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말고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은 입 밖에 내선 안 될 것이다.” 강청연은 엄숙하게 경고했다. “네, 세자빈마마!” 강청연이 떠나자 이무령은 환수도를 끼고 문설주에 기대어 웃었다. “너 꽤 하는구나. 환관 주제에 잘도 살아남았네.” “군주마마, 모르시는 글이 있으면 제가 다시 가르쳐 드릴까요?” 김신재가 대놓고 이무령이 문맹이라는 것을 들먹이며 조롱하자 이무령은 이를 악물고 칼자루를 움켜쥐며 으름장을 놓았다. “다시 그 일을 들먹이면 죽여버릴 것이다.” ... 동궁 직방은 서북쪽 구석에 위치해 있으며 궁녀와 환관들은 일이 없을 때 이곳에 머물렀다. 동궁 내관 민희동은 이곳의 관리자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 오늘 너무 가까이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서 하마터면 이무열의 칼에 베일 뻔했던 그는 놀라서 환관 몇 명을 부려 시중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민희동의 등을 두드리고 다리를 주무르고 발을 씻어주며 바쁘게 움직였다. 민희동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 “김신재 그놈이 시를 지을 줄 안다고? 내가 왜 몰랐지?” 옆에서 시중들던 환관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곧 죽게 되니 수작을 부리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왜 환관이 됐겠습니까? 아마 지금쯤 목이 날아갔을 겁니다.” “암, 죽어야지 그럼. 하인 주제에 위로 기어 올라가려고 하는 꼴이라니, 웃기지도 않는구나.” 민희동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가 동궁 내관이 될 수 있었던 건 어렸을 때 서당을 3년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 그도 겨우 동궁 장부를 관리할 수 있는 정도이기에 밑의 환관이 자신보다 더 능력 있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바로 이때 김신재가 문을 열고 웃으며 들어왔다. “누가 내 목이 날아갔다고 했지?” 한밤중에 찬바람도 휘몰아치는데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자 모두 귀신을 본 줄 알고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져 뿔뿔이 도망갔다. “나 아직 안 죽었으니까 다들 겁먹지 말라고. 머리가 아직 여기 잘 붙어있잖냐.” 김신재는 얄밉게 목을 길게 빼 들고 보여주었다. “너 아직 안 죽었었냐?” 민희동은 놀라우면서도 실망하는 눈치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아쉬워서 죽을 수 없었습니다.” 김신재가 웃으며 대답하자 민희동은 불쾌했다. “그럼 저하께서 정말 너의 재능을 인정하셨단 말이냐?” “저하께서 현명하셔서 제가 쓴 시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김신재가 의기양양할수록 민희동은 언짢아서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어머, 치국책을 제시했으면 저하께서 상을 내리셨겠구나.” “그건 내일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민희동은 화를 내며 발을 담그던 대야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그럼 오늘 밤 부엌 청소는 네가 책임지거라. 천천히 일하면서 상을 기다리면 되겠구나.” “3박 3일 동안 갇혀있어서 휴식이 필요합니다.” 김신재는 민희동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렸다. “3일 동안 일을 안 했으니 그만큼 더 많이 해야겠지. 내일 아침 검사할 테니 그 전에 다 끝내도록 해라.” 민희동의 명령은 이곳에서 어명과도 같았다. 환관 몇 명이 김신재를 부엌으로 데리고 가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며 닦달했다. “얼른 해. 내일 아침까지 못 끝내면 맞을 줄 알아. 다른 사람들은 나랑 같이 돌아가서 휴식하자.” 김신재 혼자서는 열몇 명의 일을 날이 밝기 전에 절대 끝낼 수 없었다. 전혀 일할 생각이 없는 김신재는 음식을 좀 데워 배부르게 먹고는 부엌 짚 더미에 누워 쿨쿨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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