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강청연은 마차 안에 앉아 발을 모은 채 창가에 드리운 발을 살짝 걷어 올렸다. 그러고는 그 틈으로 김신재의 등을 노려보며 이를 갈듯 쏘아붙였다. “참으로 바람기 많은 환관이로구나. 세자빈 하나로도 모자라 이제는 궁녀까지 넘보는 것이냐? 그것도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가 아내를 삼겠다니, 간도 크다.” 김신재는 뒤에서 그 소리를 듣고는 태연히 웃었다. “아, 그 일 때문이었습니까?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마마께선 제가 어째서 춘향을 눈여겨보았는지 아십니까?” “젊고 예쁘고, 말 잘 들으니까 그렇지.” “예쁘기로 치자면, 춘향이랑 청이 따위는 마마 발끝에도 못 미칩니다. 적어도 두 수는 아래지요.” 그 말에 강청연은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다. “흥, 그 말 믿지 않는다. 내가 정말 그리 곱다면, 넌 왜 여전히 만족을 못 하는 것이냐? 어젯밤엔 네 아이를 지킨답시고 따뜻한 물에 몸도 담그지 못했다. 지금도 온몸이 찌뿌둥하구나. 머리를 씻고 말리느라 반 시진이나 걸렸다.” 강청연은 불만을 토로하며 토라진 듯 말했건만 김신재는 오히려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말 잘 듣는 걸로 따지자면 마마께선 춘향이보다 한참 못하시지요.” 그 순간 강청연이 발끈했다. “감히 어디서 버릇없이 구는 것이냐! 이 몸이 너 같은 자의 말을 또 들어야 한단 말이냐. 네 아이를 뱄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너에겐 넘치는 은혜다!” 그녀가 진심으로 화가 난 것을 느낀 김신재는 더는 장난치지 못하고 황급히 말꼬리를 내렸다. 본디 강청연은 연제국의 공주로 태어나 귀하게 자란 몸, 감히 쉽게 건드릴 상대가 아니었다. “진정하십시오, 마마. 제가 춘향을 눈여겨본 건 결코 얼굴이 곱거나 말 잘 들어서가 아닙니다. 덕헌국 으뜸 미녀이신 마마를 얻고서, 어찌 다른 여인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그럼 대체 무엇 때문이지? 혹시 사람들의 눈을 속이려는 수작이냐?” 강청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아직은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춘향을 이용해 혼란을 주려는 것뿐입니다. 춘향은 구상철의 사람입니다.” 그 말에 강청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