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허삼중은 상대방의 배경을 듣자마자 술기운이 싹 가셨고 이내 김신재가 거듭 당부하던 말이 떠올랐다. ‘역시 김 소부님께선 미리부터 이런 일을 예견하고 계셨던 것이로군.' 그는 황급히 두 손을 모아 웃으며 말했다. “장군님이셨군요. 그야말로 오해 시군요, 한집안 식구가 서로를 몰라봤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동궁 소속 도위 허삼중이라 하옵니다. 우리 모두 덕헌국을 위하는 충복이니 괜히 감정 상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옵니다.” 허나 김태진은 애초에 시비를 걸라는 명을 받고 왔기에 순순히 물러설 리가 없었다. “누가 너 따위와 한 식구란 말이냐? 고작 도위 따위가 청월루에서 술을 진탕 마시며 방자하게 구는 데다 감히 내 여인을 넘보고, 감히 나한테 손까지 대? 우리 연제국을 우습게 본 것이냐!” 이 말은 덕헌국과 그 속국 간의 외교 문제까지 얽히는 큰 죄목이었기에 허삼중 같은 하급 무장이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장군님, 이는 실로 큰 오해입니다. 저와 백연 낭자는 그저 술잔 몇 순배를 나눈 것뿐입니다. 낭자를 지금 돌려드리겠사옵니다.” 김태진은 허삼중 앞으로 성큼 다가와 그를 걷어차 땅에 나가떨어지게 했다. “방금 전까진 아주 겁도 없이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더니 이젠 꼬리를 내리는구나. 흥, 우림군이 고작 이 정도냐!” 허삼중은 복부의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일어나 말했다. “우림군은 덕종 전하께서 친히 하사하신 군호입니다. 장군님께서 우림군을 욕보이시는 것은 곧 전하께 불경을 범하는 일입니다. 방금 그 발길질은 이 몸이 되돌려드린 것이니 이 일은 서로 잊는 게 좋겠습니다.” “하하하! 전하께서 군금을 써가며 청월루에 들라고 명하신 게냐?” “저희가 군금을 어찌 썼는지는 동궁의 김 소부님과 우림군 군관께서 살피고 계시니 장군님께서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일은 이쯤에서 접고 물러가겠습니다.” 허삼중이 손을 들어 부하들에게 철수를 알렸으나 문 앞은 이미 김태진의 부하들이 빈틈없이 막아선 상태였다. “우리 장군님을 쳐놓고는 무사히 나가겠다고? 순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