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화

진미연은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고 조용히 성유리를 바라보았다. 채소를 썰려던 성유리는 진미연의 시선에 멈칫했다. “왜 나를 보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너 매일 박 대표와 가깝게 지내면서 박 대표의...” 진미연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몸매는 어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성유리의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비록 처음 두 번의 밀접한 접촉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세 번째 때는 의식이 아주 또렷했고 탄탄한 가슴은 아직도 뇌리에 선명했다. 재빨리 머리를 흔들며 그 기억들을 지워버리려 했다. “머리 흔드는 건 무슨 뜻이야? 혹시 봤어? 몸매 어때?” 진미연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입을 가렸다. 성유리가 대답하려는 찰나 진미연이 계속 말했다. “그래서 여친도 없고 결혼도 안 하는 거야? 그쪽에 문제라도 있는 거 아니야?” “콜록콜록...” 성유리는 무의식적으로 기침을 했다. 진미연이 그 모습을 보자 서둘러 등을 토닥였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괜찮아.” 성유리는 채소를 든 손을 흔들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마, 증거도 없잖아.” “그럼 왜 여친도 없고 결혼도 안 하는 걸까? 저 나이 남자가 말이야, 말이 안 되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이미 결혼했대” 성유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진미연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 여자를 봤는데 손에 반지를 낀 게 보였어.” “진짜? 너 그 여자 봤어? 어떻게 생겼는데?” 진미연이 호기심에 눈빛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부엌 창문을 바라보던 성유리는 머릿속에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름이 배가은이고 송원희 씨의 절친이야.” 성유리는 고개를 숙여 채소를 계속 썰었다. “예쁜 편이야, 화려한 스타일이지.” “그런 타입을 좋아하는구나! 진짜 아쉽다...” “뭐가 아쉽다는 거야?” 성유리는 진미연을 흘끗 보더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너 혹시 박 대표한테 관심 있어?” “아니야, 그냥 너를 위해 주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