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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박지훈은 그녀의 턱을 놓아주고는 탁자를 돌아 앞으로 다가가더니 뼈마디가 선명한 손을 의자 팔걸이에 올리고 의자를 돌렸다. 그러자 그녀는 완전히 그를 마주한 채 그의 두 팔에 갇혀 있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그는 양쪽 팔걸이에 손을 짚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인제 와서 정산하려고? 다 계산할 수 있을 것 같아?" 성유리는 그의 잘생긴 눈매를 힐끔 바라보며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그녀는 한동안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들의 현재 상황은 정말 어이없고 계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어쨌든 오늘 온 이유는 이 얘기를 하려는 거예요. 오늘 박 대표님이 이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나중에 다시 돌려줄 거예요. 다음에는 다시 돌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유리는 백옥처럼 흰 손을 내밀어 남자의 가슴에 얹으며 그를 밀어냈지만 몇 걸음 못 가서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순간 박지훈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를 책상 끝에 가뒀다. “성유리 씨, 이렇게까지 밀착했으면서 나에게 아무 감정도 없다는 건 아니겠지?” 성유리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박지훈이 그녀의 턱을 잡아 억지로 얼굴을 들게 하던 순간,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지훈아, 안에 있어?”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성유리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박지훈이 좋아하는 배가은의 목소리인데 왜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거지?’ 성유리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 도전에 박지훈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로 향하더니 그대로 그녀를 테이블에서 안아 올려 휴게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성유리의 희고 가느다란 두 다리는 어느새 남자의 허리 양옆에 걸쳐져 있었다. 자세가 너무나 야릇해서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쾅.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는 문을 잠갔다. 성유리는 재빨리 그의 품에서 벗어나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박지훈 씨, 가은 씨가 왜 온 거예요?” 남자는 그녀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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