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아래층에서 박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러 온 모양이었다.
박철용을 보니 어느새 화가 난 얼굴로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오늘 아침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았다.
성유리가 테이블에 앉았을 때 박철용은 박진우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너 어젯밤에 뭐 했어? 집에서 안 자고 어디 간 거야?”
박지훈은 박철용의 옆에 앉아 아침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어젯밤에 급한 일이 생겨서 처리하러 갔어요. 너무 늦어서 거기서 잤고요...”
이 말에 성유리의 얼굴에 냉소가 떠올랐다.
‘양아현을 만나는 게 일이었다고?’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진 박철용은 목소리도 한 옥타브 올라갔다.
“일이 아내보다 더 중요해? 유리가 너와 이혼하겠다는 이유가 납득이 가는구나! 와이프를 이렇게 대하는데 누가 안 떠나겠니?”
“성유리가 올라가자마자 문을 잠가버려서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일도 있고 해서 그냥 나간 거예요.”
말을 하며 성유리를 노려본 박진우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이 인간은 거짓말을 할 때 눈도 깜빡이지 않는구나.’
성유리는 한 남자가 이렇게까지 거짓말에 능한 줄 몰랐다.
“죄송해요,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문 두드리는 소리를 못 들었어요.”
담담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 성유리는 얼굴에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박진우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아무리 취했어도 그렇게까지 죽은 듯이 잘 수는 없잖아? 날 안 들여보내려고 일부러 그런 거면서 뭔 변명이야?”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아침 먹어. 강훈이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지 않아?”
계속 침묵하던 박지훈이 말을 꺼내며 긴장감을 깼다.
박지훈이 말을 꺼내자 박진우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박진우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려는 순간 박강훈이 가방을 메고 초조한 표정으로 박진우를 바라보았다.
“아빠, 학교 늦겠어요! 아침은 나중에 먹고 일단 나 먼저 데려다주세요!”
“그래, 아빠가 먼저 데려다줄게.”
박진우는 의자를 다시 제자리로 밀어 넣었다.
아직 본가에 있는 데다 여러 어른들이 보는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