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현이 생뚱맞게 물었다.
“그럴 리가. 남편이 목숨만큼 사랑하는 여자인데 어떻게 다른 남자를 만나겠어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혼은 불가능하죠. 누구도 남편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없어요. 아내의 마음속에서도 유일한 존재일 테니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했다.
이강현은 감동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당사자가 된 듯 벅찬 얼굴로 나를 끌어안고 턱으로 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어쩜 늘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나는 그의 가슴에 기대어 묵묵부답했다.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웠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대부분이었다.
가끔은 너무 아파서 몸을 웅크린 채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럴 때마다 이강현은 내 옆에서 이름을 불러주었다.
어느 날 밤, 통증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그가 보이지 않았다.
발코니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와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한창 통화 중이었고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테스트용으로 흉내만 내라고 했잖아. 그렇게 큰불을 지르면 어떡해?”
역시나 고의였다.
진심을 확인하려고 불까지 지피다니? 역시 스케일이 남달랐다.
나는 몰래 돌아가서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고 아무것도 모른 척했다.
잠시 후 이강현이 다가와 조심스레 눕더니 등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내 머리에 살포시 키스하고는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
“앞으로 널 지켜줄게.”
한 달 동안 입원하고 드디어 퇴원 날이 다가왔다.
이강현이 별장으로 같이 가자고 했지만 거절했다.
“입원하는 동안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했을 거예요. 우선 집부터 갈래요.”
그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마지못해 대답했다.
차가 윤씨 저택에 멈춰서자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형부, 언니랑 진짜 결혼 안 하실 거예요?”
나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매번 들려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응, 안 해.”
이강현은 모처럼 인내심을 발휘했다.
말을 마치고 한 마디 보냈다.
“윤아린과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집안 간의 약속은 지킬 거야.”
윤씨 가문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