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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이강현은 내가 그를 사랑해주길 바랐다. 예전의 내가 얼마나 간절히 듣고 싶어 했던 말인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허망한 말이었다. 나는 이강현을 사랑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의 하소연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나의 무반응에 이강현은 점점 미친 사람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세아야, 넌 내 진심을 속이고 쓰레기처럼 내던져 버렸어.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넌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야...” 계속되는 그의 광기 어린 집착에도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었다. 일시적인 발작일 거라 생각했다. 이대로 두면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이강현이 말을 이었다. “세아야, 넌 곧 날 사랑하게 될 거야.” 말을 마친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곁에 있던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 “가서 정재현 묘비 부수고 유골까지 파내.” 그 말에 나는 잠시 뇌가 멈추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경호원들이 움직이기 전에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강현 씨, 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 “세아야, 난 네가 내 이름 부르는 게 그렇게 싫더라.” 눈보라가 휘날리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이강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제야 나는 그의 의도를 깨닫고 말투를 바꿨다. “형부, 제발 이러지 마요.” “그럼 세아야, 나 다시 사랑해줄래?” 이강현이 다시 물었다. 입술이 떨려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의 얼굴까지 흐릿해져만 갔다. 거짓말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 대답이 그렇게 듣고 싶었던 걸까? “날 사랑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그래, 좋아. 저 자식 뼈까지 불태워 버리면 되겠지.” 내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이강현은 점점 더 미쳐가기 시작했다. 나는 오빠의 묘비를 바라보다가 점점 광기에 돌아가는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라면 정말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결국, 경호원들이 움직이기 전에 나는 눈을 꼭 감고 입을 열었다.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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