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씨 저택.
강서우는 석양을 밟으며 집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홀로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박민재는 셔츠에 정장을 갖춰 입고 있었으며 소매를 살짝 걷어 올려 단단한 팔뚝과 금장 시계를 드러낸 채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떨어지는 붉은 석양이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마치 두 사람을 다른 세계로 나누는 듯했고 그들 사이에는 고요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준하는 부드러운 태도를 가장하며 다가와 강서우의 외투를 받아 걸어주었다.
강서우는 아버지의 평소답지 않은 행동에 눈을 가늘게 뜨고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렇지만 강준하는 그 움직임을 이용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가 박씨 그룹과 협력하게 될 텐데 어차피 마주칠 일 많을 거야. 먼저 만나서 사과하는 게 좋겠지. 그래야 앞으로 관계도 원활할 테고.”
“거절할게요. 전 이미 말했어요. 그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다고요.”
강서우는 강준하의 체면 따위 생각할 마음이 없었다. 바로 등을 돌려 나가려 하자 강준하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지금 장난하는 거야? 네가 박민재 씨랑 밥 한 끼 먹고 사과해서 이 프로젝트 따오면 앞으로 강씨 집안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주마!”
“게다가 박민재 씨는 네 전 애인이잖아? 십 년 넘게 함께한 사이였는데 지금 와서 밥 두 끼 더 먹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네 친아버지 도와주는 셈 치고 해라! 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네 전 남자 친구가 너 보고 비웃을 일만 만들 뿐이야. 옛정을 이용해서라도 이 프로젝트 따내!”
강준하는 점점 더 화를 내며 강서우를 억지로 끌어내려 했다.
그 힘에 강서우가 한 발 비틀거리자 소파에 앉아 있던 박민재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손을 뻗었다.
비록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있었지만 그저 반사적인 움직임이었다.
강서우는 겨우 중심을 잡고 서서 강준하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옆에선 임유연 모녀가 흥미롭다는 듯 구경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주머니에서 휴대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