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혁은 호기롭게 여행 얘기를 꺼낸 것과 달리 속으로는 상당히 긴장해 하고 있었다.
최근 유지민과 그 사이에 방해물들이 계속 등장하는 바람에 그는 유지민이 어느 날 갑자기 이제는 싫다며 자신을 매몰차게 버릴까 봐 너무나도 불안했다.
그래서 그런 결말을 피하고자 미리미리 노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아쉽게도 거절이었다.
유지민은 강인혁이 뭣 때문에 이러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일부러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나는 우리 사이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좋으면 함께 하는 거고 아니면 서서히 멀어지는 거죠. 안 그래요? 편하게 해요. 편하게.”
유지민이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건 그녀가 자신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끓어 넘칠 때까지 마음을 주려 한다는 문제점을 말이다.
사랑은 원래 온 마음을 다할수록 속상한 게 많아지고 상처받는 일도 많아지는 법이다.
강인혁은 그녀의 말에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눈빛마저 어둡게 일렁이는 것이 꼭 뭔가를 잔뜩 억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요즘 회사 일이 워낙 바빠서 휴가 낼 시간이 없어요.”
유지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그녀는 발신자가 설경구인 것을 확인하더니 한순간에 업무 모드로 돌변했다.
“대표님, 오늘 급하게 출장이 하나 잡혔는데 몇 시쯤 회사에 도착하실 수 있으십니까? 지금 당장 차 대기시키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10분 안으로 갈 테니까 차 대기 시켜 놔요. 도착하면 바로 출발하는 거로 하죠.”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유지민은 빠르게 집으로 올라가 물건을 챙기고 다시 빠르게 아래로 내려왔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동안 강인혁은 아까 전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유지민은 그걸 보더니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 때문에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이대로 계속 서 있을 건 아니죠?”
강인혁은 자신과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