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여진은 손에 든 볼펜을 테이블 위에 탁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설인아를 바라보았다.
이내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여긴 예약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도 무슨 일인지 궁금한 듯 일제히 시선을 보냈다.
장여진은 앞에 놓인 노트를 덮고 냉소를 지으며 이죽거렸다.
“설마 우리 대표님을 어떻게 해보려는 거라면 다른 데 알아보세요. 회사는 일하는 장소니까.”
말투만 들어보면 이미 그녀를 하시훈에게 집적대기 위해 찾아온 사람으로 치부했다.
설인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느덧 혐오로 가득했다. 역시나 얼굴이 예쁘장하면 남자 덕을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인 듯싶었다.
설인아의 손이 움찔하더니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이내 장여진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지금 내가 그쪽 대표님을 유혹하러 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도시락을 전해주려고 했을 뿐인데 이런 수모를 겪을 줄이야.
장여진은 팔짱을 끼고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설인아를 바라보았다.
“네, 당신 같은 여자를 하루에 수십 번도 보거든요? 얼굴만 반반하면 우리 대표님이 넘어갈 것 같아요?”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
“꿈 깨요.”
장여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설인아를 죄인 취급했다.
쉬쉬거리는 사람들을 보자 기분이 한결 좋아진 듯 테이블에 내동댕이쳤던 볼펜도 다시 집어 들고 옆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녀는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외모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며, 기껏해야 남자 꼬시는데 필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얼굴도 예쁘장한 아가씨가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그러니까,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우리 딸이었다면 다리를 문질러 버렸을 거예요.”
결국 눈빛들이 점점 혐오스럽게 변했다.
설인아는 귓등으로 들은 채 도시락통을 데스크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장여진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모든 방문객한테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가요?”
하시훈의 회사에 이런 멍청한 직원이 다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