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아는 도시락통을 들고 천천히 들어섰고, 백지성은 문을 닫아주더니 뒤돌아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하시훈은 백지성인 줄 알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동서구의...”
그러다 문득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보는 순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설인아를 발견하자 서류를 들고 있던 손이 움찔했다. 표정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바로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회사는 어쩐 일이야?”
그리고 손에 든 도시락통을 보자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
설인아는 미소를 지으며 짐을 책상 위에 올려놓더니 나긋나긋 말했다.
“밥 가져다주러 왔어. 먹고 나서 일해.”
사무실을 둘러보니 인테리어 스타일이 하시훈과 제법 잘 어울렸다.
차분하고 시크하며 진지한 분위기였다.
하시훈이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순순히 서류를 내려놓았다. 만약 백지성도 있었더라면 상사의 기분이 매우 흡족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텐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설인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내 도시락통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설인아를 끌어당겼다.
갑자기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에 그녀는 흠칫 놀랐고 시선이 맞잡은 손에 닿았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어느덧 소파로 끌려갔고, 하시훈은 도시락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다음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다.
“같이 먹을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모습에 설인아는 괜히 쑥스러웠고 서둘러 도시락통을 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너 먹어.”
이따가 집에 가서 먹으면 되니까.
도시락통에 담긴 세 가지 요리와 수프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하시훈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만든 거야?”
유명자의 요리 솜씨는 익히 알고 있는지라 차이점을 단번에 눈치챘다.
설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태연하게 말했다.
“응.”
이내 하시훈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집에서 봤던 동영상을 떠올리자 망설임 끝에 입을 열었다.
“조수석에 앉은 건 처음 접해봐서 잘 몰랐어. 앞으로 조심할게.”
그동안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시훈이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설인아를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