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절하지 않았다.
설인아는 침대맡에 앉아 꼼꼼하게 맥박을 체크했다.
생각보다 기력이 약해서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동안 다량으로 약물을 복용한 탓에 그의 몸은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만간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설인아의 반응을 지켜보던 전호웅은 되레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차피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야. 통증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큰 축복이지.”
이규남이 서둘러 나서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신의님이 계시는 한 만수무강하실 거예요.”
지금까지 전호웅의 곁을 지키면서 고생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눈에 선했다.
모처럼 은퇴해서 호강할 일만 남았는데 병이 나날이 심해질 줄이야.
돌이켜보면 그의 일생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전호웅은 개의치 않고 웃는 얼굴로 설인아를 향해 물었다.
“아직 아가씨 이름도 모르네.”
말을 마치고는 그녀를 유심히 살폈다. 외모든 성격이든 전우림과 잘 어울릴 듯싶었다.
설인아는 고개를 들어 인자한 노인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제 이름은 설인아예요.”
이내 전호웅의 손목을 놓아주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있는 한 몸이 만신창이가 된다는 건 가당치도 않죠.”
전호웅은 멈칫하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기세가 하늘을 찔렀고 자신감도 넘쳤다.
그는 능력 있는 젊은이를 높이 평가했다. 이규남한테서 설인아가 신의 청난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지만 무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뜻이지 않은가?
과연 그럴 만한 실력이 된단 말인가?
전호웅이 웃으며 손사래를 치더니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괜찮아. 천천히 회복하면 돼.”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말보다 행동이기에 설인아는 굳이 설명을 보태지 않았다.
이내 이규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종이와 볼펜 좀 주시겠어요?”
이규남은 어리둥절했지만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잠시 후, 이규남이 종이와 펜을 가져왔다.
설인아는 받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