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연의 연락에 설인아는 전화를 받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연아, 왜?”
“놀러 가지 않을래? 너무 심심해.”
한껏 들뜬 목소리에 설인아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나 지금 밖이야.”
“어딘데? 찾아갈게.”
설인아는 하시훈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친구가 오겠다는데 괜찮아?”
하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보면 더 좋지.”
조진성의 얼굴에 기대로 가득했다.
“형수님 친구분이라면 쌍수 들고 환영이죠.”
설인아의 친구는 미인일 게 뻔했다.
형수님은 이미 임자 있는 몸이지만 친구의 옆자리는 아직 비었을지 모른다.
이제 솔로 탈출이 코앞까지 다가온 듯싶었다.
두 눈을 반짝이는 조진성은 한껏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인아는 어쩔 수 없이 주소를 알려주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공우혁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꼴 좋네. 설마 흑심이 있는 건 아니지?”
당시 조진성이 설인아와 만나겠다고 큰소리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속마음을 간파당한 와중에도 그는 뻔뻔스럽게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미인에게 마음이 빼앗기는 건 남자의 본능이죠. 뭘 알기나 해요?”
한바탕 웃고 떠들고 30분쯤 지나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설인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조진성이 쌩하니 뛰어갔다.
“내가 갈 거야. 다들 나랑 경쟁할 생각하지 마!”
그리고 옷깃을 잡아당기고 매무새를 정리한 다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벌컥 열었다.
이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어서오세...”
하지만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기가 싹 사라지며 싸늘하게 말했다.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그러고 나서 쿵 하고 문을 닫았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에 룸 안의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남하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조진성의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정신을 차렸을 때 문은 이미 닫힌 뒤였다.
문을 두드리려고 뻗은 그녀의 손이 허공에 멈춰 있었다.
남하연은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 봤던 사람은 망나니 의사 아닌가?
운도 지지리 없군! 가는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