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실 설영 그룹이 의지하고 있는 건 구명 그룹이었기에 나씨 가문 혼자의 힘으로 영설 그룹을 무너트린다는 건 망상에 불과했다.
나문숙 모녀는 이런 속사정까지 알지는 못했지만 이 말에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 회사만 무사하면 모녀는 걱정할 게 없었기에 나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에요. 인아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설연우가 얼른 맞장구쳤다.
“맞아요. 지씨 가문과의 거래도 무산시키더니 지금은...”
설연우가 말하다 말았지만 설형우의 마음속은 이미 불길로 활활 타올랐다.
“괘씸한 것.”
설형우가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말했다.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못 넘어가.’
두 시간 후, 강수 별장.
샤워를 마친 설인아는 헐렁한 연녹색 실크 잠옷을 입고 방 한가운데 놓인 나무 테이블 앞에 앉아 꽃을 다듬기 시작했다. 전에 꽃병에 꽂아둔 꽃이 시들기 시작했는데 나지운을 손봐주고 골목을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꽃집에서 한 다발 크게 샀다.
산들바람이 불어와 설인아의 머리가 날리자 그 장면이 차분하면서도 편안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화면에 뜬 하시훈을 본 설인아가 살짝 놀라더니 영상통화를 받았다.
“다치진 않았지?”
하시훈이 차분한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설인아가 다쳤는지 확인하려 하자 설인아가 멈칫하더니 이내 하시훈이 모든 걸 알게 되었음을 느끼고 손에 든 분홍색 도라지꽃을 꽃병에 넣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고작 몇 명 가지고 내가 다치겠어?”
쓸모가 아직 남아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오늘 당장 나지운을 보내버렸을지 모른다.
하시훈이 차가운 표정으로 매섭게 쏘아붙였다.
“나씨 가문도 이제 다 살았나 보네.”
설인아가 손에 든 꽃을 내려놓으며 하시훈을 다독였다.
“급할 거 없어. 이미 어떻게 서로 물고 뜯게 할지 생각해 뒀거든.”
폭력으로 해결하면 빠를지 모르지만 화풀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마터면 나지운 때문에 순결을 잃을 뻔했는데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시훈은 설인아가 그만한 용기와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혼자는 안 된다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