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나 말이에요. 대표 딸이면 뭐해요. 이 일이 알려지면 같은 팀에 있는 우리들은 어떡하고요.”
설계팀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설인아가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노려봤고 성서아는 그런 상황을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모두가 설인아를 미워해야 윗분도 더는 설인아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사실보다는 그림이 더 중요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성서아가 오만한 표정으로 설인아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설인아 씨, 사과해요.”
팀원들이 설인아가 사과하기만 기다렸지만 설인아는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서아를 바라봤다.
“증거 있어요?”
시아연이 자리로 걸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찾아볼게요.”
궁금한 팀원들이 시아연을 둘러쌌다. 눈빛을 주고받은 성서아와 설연우는 그대로 소파에 앉아 있었지만 눈동자에 어린 흥분은 감출 수가 없었다.
시아연이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아연의 기억하는 설계안을 찾아내고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찾았어요.”
모든 팀원의 눈빛이 컴퓨터에 나온 설계안으로 향했다. 설연우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심장이 툭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갈 정도로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애써 흥분을 꾹꾹 눌러 담았다.
‘설인아, 이제 지옥으로 떨어져.’
설연우가 우쭐거리는데 시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랐네요.”
순간 설연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고 성서아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잘못 찾은 거 아니에요?”
두 사람이 빠른 속도로 시아연에게 다가갔다.
시아연이 손으로 컴퓨터에 나온 설계안을 가리키며 설인아가 제출한 설계안과 비교했다. 컴퓨터에 나온 설계안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주얼리 디자이너 마이클의 설계였는데 설인아의 설계안과 비교하니 살짝 무색해질 정도였다.
마이클의 설계도 난초를 주제로 했지만 느낌이 아예 달랐다. 번잡하면서도 야만적인 설계는 마치 산속에 자라난 야생 난초 같았지만 설인아가 설계한 작품은 단아하면서도 고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