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아는 지분이 있어도 실권이 없었는데 설계팀은 매우 중요한 부서였다. 부팀장이 설인아의 말 한마디에 해고된다면 앞으로 영설 그룹에서 착실히 일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갑자기 주주총회를 소집한 설인아에게 불만을 품은 주주가 한둘이 아니었기에 기회만 잡으면 설인아를 지적하려 했다.
설형우는 설인아가 주주들에게 공격당하자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미간을 찌푸리며 타일렀다.
“인아야. 아저씨들에게 사과하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가 주실 거야.”
설형우는 설인아를 단단히 누르며 반항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 했다. 설인아는 그런 설형우를 바라보며 하찮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제가 설마 장난으로 주주총회를 열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설인아가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두며 신홍빈에게 강압적으로 말했다.
“아니면 제가 확보한 증거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성서아 씨가 이 회사에서 제멋대로 나오게 눈감아주시려는 건가요?”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설인아가 영상을 재생 버튼을 눌렀다. 성서아가 회사 규정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인턴에게 우태구 케이스를 맡기며 설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한 정황이 담겨있었다.
이에 주주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성서아는 부서의 왕이라도 된 것처럼 함부로 부서를 쥐락펴락했던 것이다.
설인아가 주주들을 쓱 훑어보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캐물었다.
“우리 영설 그룹 이미지가 어떻게 될지는 생각해 봤어요? 설계팀 팀원들 모두가 지켜봤으니 제가 한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직접 조사하시든지요.”
설인아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최근에 회사에 어떤 소문이 퍼지고 있는지 알기나 해요?”
설인아는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기세는 무시할 수 없었다. 모든 걸 파멸로 이끌 것 같은 분위기에 등골이 오싹해진 주주들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설형우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성서아, 미련해서는.’
성서아는 설연우의 측근이었기에 해고하면 설연우에게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분노를 꾹꾹 눌러 담으며 나지막한 소리로 설인아를 설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