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준이 말을 하기도 전에 문성훈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운을 뗐다.
귓불에 유독 반짝이는 푸른색 다이아몬드 피어싱을 한 그는 입꼬리를 올린 채 정하준을 바라보며 대신 답했다.
“당연히 도전이지.”
문성훈의 말에 다른 친구들도 맞장구를 치자 정하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도전할게.”
또 시작된 도전에 신이 난 남하연은 테이블을 탁 치며 친구들을 동원했다.
“다들 얼른 생각해봐.”
그때 문성훈이 잔뜩 흥분해서 번뜩이는 남하연의 눈을 보며 말했다.
“나 생각한 거 하나 있는데.”
문성훈의 꼼수와 장난은 이미 명성이 자자했기에 친구들은 모두 기대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남하연까지 재촉하자 그는 턱으로 문 쪽을 가리키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가서 여자 한 명 찾아서 고백하고 동시에 다른 여자한테 눈웃음 짓는 거 어때?”
“야,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평소에 보수적이다 못해 고지식하기까지 한 정하준은 문성훈의 제안을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래야 도전이지.”
원래의 정하준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임을 알면서도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문성훈은 전혀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남하연까지 웃으며 정하준의 어깨를 두드리니 친구들도 하나같이 그의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그것도 못 해? 도전하겠다고 했으면 책임져야지.”
“그러니까.”
남자가 돼서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건 자존심 상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던 정하준이 정장 재킷을 소파 위로 던지며 말했다.
“못할 리가. 잘 보기나 해.”
오랜만에 남자의 기개를 보여주던 정하준은 이를 악문 채 문성훈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다음엔 너야.”
하지만 여자 꼬시는 데엔 도가 튼 문성훈이 정하준의 협박 같지도 않은 협박을 두려워할 리는 없었다.
정하준 때문에 룸 안은 다시 웃음바다가 되었는데 설인아만이 무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까 육진수의 행동과 그가 했던 말을 곱씹던 설연우도 설인아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육진수 역시 줄곧 부드러운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