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8장 가르쳐줘

권소혜는 한편으로 그가 결혼을 원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도 쉽게 나온 ‘여보’ 라는 호칭에 그가 진심인지 조롱인지 헷갈렸다. 또 한편으로는 그와 마주한 5분 동안 자신이 계속 밀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조금 언짢았다. 그녀는 그보다 몇 살이나 더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후에 시청에 가서 혼인 신고를 할 때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좁은 욕실에 있는 지금 여진수의 존재감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다. ‘키가 커서 그런가?’ 그녀는 눈에 띄지 않게 한숨을 내쉬고 평소의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냥 몸을 닦고 있었어. 약간 열이 나는 것 같아서.” “열이 난다고?” 여진수는 바로 욕실로 들어왔다. 작지 않은 욕실이었지만 그가 들어오니 공기가 희박해진 느낌에 권소혜는 숨을 헉 들이켰다. “열이 나면 등을 닦아야 효과가 있어. 손 안 닿을 테니까 내가 도와줄게.” 그녀가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는 그녀의 수건을 다시 물에 적셔 짜서 그녀의 옷 속으로 넣었다. 뜨거운 수건이 그녀의 척추를 따라 내려가자 권소혜는 몸이 떨렸다. 정면의 욕실 거울에 앞뒤로 매우 가까이 붙어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권소혜는 거울 속의 여진수가 소년 시절의 여진수와 겹쳐 보였다. 그는 성숙해졌고 이목구비가 더 뚜렷하고 선명해졌다. 소년의 기운이 사라지고 이제는 남자가 된 여진수가 자리했다. 그냥 남자가 아니라 이제는 그녀의 합법적인 남편이 된 채로 말이다. 그들은 비록 고모와 조카 관계이지만 사실 아주 먼 친척이어서 명절 때도 만나지 않았고 최근 몇 년 동안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 여진수는 눈을 내리깔고 그녀의 목덜미에 생긴 작은 돌기를 보고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고모, 너무 말랐어. 뼈가 만져져.” “...” 잠시 후 그가 다시 말했다. “작은 고모, 이거 알코올로 닦고 있는 거야? 무슨 꽃으로 만든 술 냄새가 나는데.” “...” 권소혜는 몇 초 후에 천천히 말했다. “너 너무 느끼해.” 여진수는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별것 아닌 것에 웃음을 그치지 않던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