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한수호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여진수의 모습이 보였다.
입안에 샌드위치를 잔뜩 머금은 여진수가 턱끝으로 파일을 가리켰다.
“네가 알아보라고 했던 거. 알아서 확인해.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배고파죽겠네.”
“집에서 밥도 못 얻어먹고 살아? 어머니가 약혼 자리까지 알아봐 주셨다면서.”
한수호의 말에 약혼녀라는 신분으로 반강제로 그의 집에 눌어붙은 여자를 떠올린 여진수는 순간 입맛이 싹 가시는 듯한 기분에 바로 티슈로 입을 닦았다.
“나보다 5살이나 더 많아. 엄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몰라. 아무리 물려받은 유산이 많다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취향 아니야. 결혼까지 간다 해도... 그냥 집에 가정부 한 명 더 고용했다 치지 뭐. 그 여자 얘기는 그만하고.”
여진수가 다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구멍가게 같은 회사 자료는 왜? 스타 그룹한테는 명함도 못 내밀겠던데.”
게다가 이런 일을 시킬 직원이라면 많고도 많을 텐데 하필 친구인 그에게 부탁하는 게 왠지 수상했다.
“내가 알아보면 티가 날 테니까.”
“이 회사 인수하려고? 설마... 누구한테 선물로 주려고?”
이서아가 곧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라는 사실을 떠올린 여진수가 장난스레 물었다.
“설마 퇴직 선물로 회사를 주려는 건 아니겠지?”
“큭.”
여진수의 말에 한수호는 그저 피식 웃을 뿐, 부정도, 인정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출근한다면서. 그만두는 건 없었던 일로 된 거 아니었어?”
“취소하겠다는 말을 안 하더라고. 그런데... 아마 안 그만둘 거야.”
자리에서 일어선 한수호가 말했다.
‘이서아가 날 떠날 수 있을 리가 없어.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내 품에 안겨 그렇게 말했잖아. 부모에게까지 버림받은 자기한테는 나밖에 없다고.’
...
같은 시각, 예상대로 이서아는 진병욱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말았다.
스타 그룹 비서 실장으로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라 신선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상관없어. 진병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