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으로 나오자 홍서윤은 너무 추웠다. 비가 점점 굵어졌지만 그녀는 우산도 없었고 세찬 바람이 스치자 저절로 몸이 움찔하며 한기가 느껴졌다.
홍서윤은 근처 편의점에서 급히 우산을 사서 들고 돌아왔다.
밤이 되자 비는 더 거세졌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온 순간, 창밖에서 번쩍하고 번개가 치자 그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에른국에서 지내던 2년 동안, 비가 오는 밤이면 홍서윤은 늘 수면제를 삼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겐 약조차 없었다.
홍서윤은 창문을 닫아 빗소리를 줄이려 했다.
쾅.
커튼을 반쯤 친 순간, 갑작스러운 천둥소리가 억지로 버티던 그녀의 의지를 산산이 부쉈다. 얼굴이 창백해진 홍서윤은 손이 떨리며 조건반사처럼 두 귀를 막고 베란다 문에 등을 붙인 채 미끄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사고는 아직도 그녀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다. 홍서윤은 그녀의 모든 행복을 앗아간 그 끔찍한 교통사고를 잊을 수가 없었다.
따스했던 부모님의 품이 하룻밤 사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눈을 뜨면 눅눅한 바닥이 보였고 그녀가 아끼던 인형 대신 설치는 쥐와 바퀴벌레가 그녀의 곁을 차지했다.
몸이 왜소한 홍서윤은 늘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고 매번 음식을 빼앗겼다. 보호자라는 이모는 못 본 척 외면했고 그 몇 달을 어떻게 버텼는지 그녀조차 기억이 가물거렸다.
이후 최씨 가문에 들어가면 다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홍서윤은 정작 자신을 가장 아껴준다는 사람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입게 될 줄은 몰랐다.
눈물 한 방울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리더니 곧이어 주체 못 할 만큼 터져 나왔다.
소파 위에 던져둔 휴대폰은 계속 울리고 있었지만 홍서윤은 그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몸이 굳은 채로 바닥에 웅크려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는 거칠어졌고 이제 무감각해진 그녀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초인종도 한참 동안 울렸지만 빗소리에 묻혔고 어쩌면 그녀가 들었더라도 움직일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