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0장 난 믿어

나는 심장이 덜컹했다. 만약 누가 배성 그룹을 배신했냐고 물으면 민여정이 무조건 제일 의심스러운 사람일 것이었다. '아무리 나를 원망해도, 배지훈의 앞날까지 막을 건 없잖아?' 만약 배지훈이 이번에 프로젝트를 따내지 못하면 배진호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거였다. 머리는 나한테 그녀가 아닐 수도 있다고 하지만 마음은 나한테 그녀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모두 의미가 없었다. 몇 차례의 심사가 끝났고 이제 마지막 입찰 공개만 남았다. "하연 언니, 내가 아까 몰래 사진 찍었어, 이것 봐." 하나경이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나한테 건넸는데 사진을 보자 나도 멍해졌다. 그 PPT는 우리가 마지막에 만든 내용이랑 똑같았고 템플릿도 바꾸지 않았다. 다만 그중에 특허의 내용만 바뀌었는데 확실히 내 이름으로 된 특허가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방도 똑같이 신승윤 멘토가 연구하는 과제가 있었다. 하나경이 나지막하게 설명했다. "저들 중에 승윤 선배 친구가 있는데 그분도 디자이너야." 나는 머리를 돌려 풀이 죽어 있는 신승윤을 보고는 모든 게 진짜라는 걸 알았다. 누군가 우리의 디자인을 도용했고 대산 그룹에 넘겼고 상대방은 그저 조금 수정해서는 바로 가져다 쓴 거였다. 게다가 제일 괘씸한 건, 그들이 입찰 됐다는 거였다. 그들이 마지막에 제시한 가격도 그저 배성 그룹보다 조금 적었기에 모두 이상함을 눈치챘다. 배지훈은 낯빛이 어두워진 채로 있었고 민여정은 옆에서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배지훈은 심사위원석에 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옆에 있는 조수한테 뭐라고 하더니 바로 현장을 떠났다. 배성 그룹 사람들이 모두 따라 나갔고 나도 당연히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했기에 회사로 따라갔다. 회사 회의실로 돌아와서야 배지훈은 분노를 표출했다. "대체 누구야! 지금 당장 말해, 안 그러면 절대 가만 안 둘 줄 알아!" 이번 프로젝트가 몇천억짜리였기에 배지훈이 당연히 화를 낼 만했다. 게다가 회사가 확장될 수 있을지 없을지가 모두 이 프로젝트에 달렸는데 이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