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드렸잖아요. 시후 씨랑 이혼할 거라고 했으면 반드시 이혼할 거예요.”
강리아의 말투는 무척 단호했다.
장수경은 강리아 몸에 걸쳐 있는 검은색 셔츠를 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
“박 서방 옷을 입었으면서 둘이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할 셈이야?”
갈이아는 말문이 막혔다.
“그런 일까지 있었으면 이참에 이혼 안 하겠다고 말해야지.”
“아니요.”
강리아는 귀찮은 듯 말을 끊었다.
“엄마, 내 말 못 알아듣겠어요? 내가 이혼하겠다고 한 거예요. 그래서 싫다고 했어요. 알겠...”
짝!
장수경은 화가 나서 강리아의 뺨을 후려갈겼다.
“내가 이 나이 먹고 체면도 버리고 박 서방을 잘 설득했어. 그래도 박 서방이 너한테 아직 관심이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더니 싫다고? 갈리아, 너 미쳤어?”
강리아는 화끈거리는 볼을 감싼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맞는 순간 그녀는 온몸의 피가 굳어버린 느낌이었다.
‘어쩐지 박시후가 합의하에 벌어지는 성 접촉이라는 말까지 하더라니.’
‘대체 어떤 말로 설득했길래 박시후가 나를 그토록 한심하게 보고 존엄마저 잃게 했을까?’
“또 엄마가 아빠 앞에서 고개 못 들게 했어요? 또 꾸중 듣게 했어요? 한대로 화 풀렸어요? 모자라면 더 때리던가요.”
강리아의 태도는 전례 없이 싸늘했다. 어찌나 싸늘했는지 장수경은 단번에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기 의견을 고집했다.
“누구는 뭐 널 때리고 싶어서 때리는 줄 알아? 다른 사람이면 상관도 안 했어. 이게 다 너를 위해서...”
“참 고맙네요. 다른 용건 있어요? 없으면 이만 돌아가 주세요. 저 휴식할래요.”
강리아는 문고리를 잡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거의 닫히려던 찰나 장수경이 막아섰다.
“나 들여보내 줘. 네가 돌아온 걸 보고 네 아빠가 또 화내면서 나더러 집에 오지 말래. 벌써 나 두고 떠났어.”
강리아는 더 이상 장수경의 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럼 가서 좋은 말로 살살 달래고 싹싹 빌면 되잖아요.”
장수경은 그 말이 어딘가 익숙했다. 하지만 어디서 들었는지 떠올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