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시선을 느낀 박시우는 고개를 돌리더니 한 손으로 서예은의 손등을 토닥였다. “왜?” 서예은이 말했다. “자기야, 할아버지는 연세가 있으셔도 워낙 예리하셔서 벌써 눈치챈 거 같은데?” 아마도 그녀가 수영할 줄 알면서 일부러 못 하는 척 박유라를 물속으로 끌어당겼다는 걸 보아냈을지도 모른다. 조금 전 박영호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이미 속마음을 들켰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박시우는 말없이 서예은의 손을 다시 한번 쓰다듬었다. 예상대로 박영호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노련한 어르신을 완전히 속이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박시우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예은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망했다.’ 잔뜩 긴장한 그녀를 보자 박시우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 할아버지께서 언급하지 않으셨다는 건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뜻이야. 우리가 굳이 다시 꺼낼 필요는 없어.” 서예은이 찝찝하게 대답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자신을 너무 계산적인 사람으로 보는 건 아닌지 싶었다. 박시우는 서예은의 걱정을 눈치채고 말했다. “내가 보기엔 할아버지는 널 꽤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아. 우리 집은 대체로 당찬 사람을 좋아해. 솔직히 멍청한 것보단 똑똑한 게 낫잖아.” 서예은은 어리둥절하다가 곧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그녀가 똑똑하다고 칭찬해주는 건가? 활짝 웃는 서예은을 보자 박시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곧이어 일행은 병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후, 정미정의 뒤에는 긴 행렬이 따라붙었고 양손에 건강 보조 식품을 잔뜩 들고 있었다. 스케일이 너무 웅장해서 서예은은 무의식중으로 옆으로 피했다. 박시우는 이미 익숙했지만 서예은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조용히 곁을 지키며 걸음을 늦추고 거리를 두었다. 서예은은 박시우의 의도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렸다. 박시우도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깊은 눈동자에는 오직 한 여자를 위한 웃음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이 병실에 도착했을 때 내부는 보양식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