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독을 지니고 있는데 하물며 민간 처방인 약을 어찌 믿고 먹겠습니까? 회임은 천운에 달렸습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니 부디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강희진은 진홍월의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일부러 시간을 끄는 수작인 줄 모를 것 같으냐? 그래야 며칠이라도 민빈 노릇을 더 할 수 있을 테니.”
강원주는 정말로 강희진의 속내를 꿰뚫어 본 것처럼 말했다.
“오늘 이 약을 먹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든 먹게 할 것이다.”
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하인들에게 명을 내렸다. 그러자 계집종 몇 명이 달려들어 그녀에게 억지로 탕약을 먹이려 했다.
강희진은 팔을 붙잡은 계집종을 뿌리치고는 손을 휘둘렀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탕약이 바닥에 쏟아졌다.
“강희진, 네 이년이 감히!”
진홍월이 분노하며 벌떡 일어섰다.
“마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제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언제 낳는지에 따라 언니와 강씨 가문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헌데 오늘 저에게 억지로 약을 먹여서 순조롭게 회임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혹 회임이 늦어지거나 제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 책임을 마님께서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강희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가슴을 쭉 펴고 말했다.
“네가 회임을 못 하는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진홍월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님과 상관은 없지요. 허나 제가 마님이 주신 약을 먹는다면 마님도 결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강희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진홍월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이런데도 정녕 저에게 이 약을 먹이시겠습니까?”
진홍월이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강희진은 무섭게 몰아붙였다.
“약을 먹었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겠느냐? 호들갑 떨기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네 몸이 아주 귀한 줄 알겠다.”
강원주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
진홍월의 눈빛이 흔들렸고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나저나 폐하께서 며칠 전부터 저에게 제가 데려온 계집종이 둘인데 왜 하나만 곁에 두냐고 물으셨습니다. 언니, 아무래도 앞으로 시간을 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