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훈은 서정희가 눈빛 하나만으로 염화진을 알아보고 바로 자신을 생각할 거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그는 마치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서정희는 염정훈이 혹시라도 자기의 말을 믿지 않을까 봐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셔 목을 축이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믿기 힘들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나는 확신해. 분명 당신 동생이었어. 못 믿겠으면 강선화 유골로 DNA 검사 해봐. 그러면 확실해지잖아.”
염정훈은 손에 든 나이프를 꼭 움켜쥐더니 한마디 했다.
“그건 안돼.”
“왜?”
“이미 화장해서 고온에 DNA가 파괴되었을 거야. 관을 연다고 해도 안에 있는 건 그저 한 줌의 유골에 불과할 뿐이야.”
등받이에 몸을 기댄 서정희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오늘 아침에 내가 산소에 갔을 때, 마치 금방 채워 놓은 것처럼 흙들이 파였던 흔적들이 있었어. 혹시 누군가 전에 있던 산소를 파지 않았을까?”
그 말에 염정훈은 어깨를 곧게 폈고 조금은 놀란 기색이었다. 서정희가 이미 다녀왔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람 시켜 어떻게 된 일인지 한 번 알아볼게.”
“내 생각에 분명 베놈에서 먼저 증거를 가져간 것 같아. 물론 그 행동 때문에 오히려...”
순간 염정훈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오히려? 오히려 내 동생이 살인범이라는 게 증명됐다고?”
하지만 서정희는 잘 알고 있다. 염정훈은 동생 얘기만 나오면 기분이 언짢아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까지 한 행동으로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이 있지.”
“그럼 살해 동기는? 만약 내 동생이 한 거라면 걔가 그렇게까지 한 이유는? 어릴 때 잃어버린 애야. 그런 애가 너를 벼랑 끝에 몰기 위해 그런 짓을 한다고? 너와 무슨 원한이 있어서 그렇게까지 하겠어?”
그러자 서정희는 다급히 설명했다.
“글쎄? 아직 동기는 알 수 없지만 진짜로 나를 죽이려고 했어. 어제저녁에...”
어젯밤 일을 염정훈에게 말하기도 전에 그는 귀찮다는 얼굴로 그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