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마계에서 선계로 가려면 반드시 계해를 거쳐야 한다.
계해는 선계의 선왕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천지의 태막까지 더해져 그동안 마계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선계나 창란 세계로 통한 새 통로를 발견한다면 하경은 큰 공로를 세우게 된 것이다.
아쉽게도 그와 야차왕의 반응이 늦어 이태호를 놓치고 말았다.
이런 생각에 하경은 고개를 돌려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야차왕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놈의 손에 천심낙인 조각이 있소. 천기를 혼란케 하여 우리가 방심한 틈을 타서 마계에 쳐들어와 진선을 격살하고 도망쳤다니! 참으로 가증스럽군.”
그는 야차왕이 화낼까 봐, 그가 내던진 손바닥 공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경과 야차왕은 수백 기원을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저놈의 수련 속도가 정말 수상할 정도로 너무 빠르군. 2년 전에 막 진선으로 비승했는데 지금은 벌써 음합을 격살할 수 있다니. 머지않아 우리의 큰 적이 될 것이오.”
하경은 방금 시간의 강을 건너 이태호를 잡으려고 했지만 천심낙인의 힘에 의해 막혔다.
잠시였지만 그는 이태호의 실력이 심상치 않음을 발견하였다.
상고시대부터 살아남은 진선이 백 초식도 버티지 못한 것을 본 하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야차왕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선왕의 기운은 구천을 뚫고 해와 달을 관통하였으며 광활한 마계를 진동시켰다.
지난번에 그의 분신이 시간의 강을 건너 이태호와 싸우다가 격살당한 것은 투영된 분신이 시간의 힘, 그리고 창란 세계 천지의 힘으로 진압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마계 내에서 야차왕이 직접 나섰는데도 이태호를 놓치고 말았다.
이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야차왕은 속이 터질 것 같았고 분노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분노가 극에 달하여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린 그는 이미 파괴된 시공의 균열을 노려보며 마치 도망친 이태호를 보는 듯이 차갑게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