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가 갑자기 약간 가라앉더니 남자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허리에 닿았고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이진아를 감싸안았다.
"아니면 제가 찾으러 갈까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진아는 곧바로 일어나서 떠나려 했다.
하지만 방 안에는 불이 꺼져 있어 출구가 어딘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남자는 뒤에서 꽉 껴안으며 자연스레 턱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아주 희미하게 서운함이 묻어났다.
"싫었어요?"
이진아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사이에서 이러는 건..."
"아까 머리카락을 너무 세게 잡아서 아팠어요."
이진아는 말문이 막혔다. 제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생각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었다.
오늘은 그냥 작은 실수일 뿐이다. 이 문을 나가는 순간 아무도 이 일에 대해 기억하지 않기를 바랐다.
처음에 그가 먹인 뭔가에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면 정신이 혼미해져서 몇 시간이나 그에게 키스를 당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처음에 불건전한 서비스를 농담처럼 요청했던 것도 사실이기에 별수 없다. 정말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격이었다.
이진아가 말이 없자 남자는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올려놓았다.
그의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손아래로 느껴지는 각진 얼굴은 잘생긴 사람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번에 또 오겠다고 했잖아요.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아요? "
이진아는 온몸이 굳었다.
‘그럼 예전에 이 사람이랑 한 적이 있었다는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난 강서준을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이잖아.’
남자는 이진아를 꽉 껴안고선 무겁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의 반응에 이진아는 갑자기 가슴이 미어졌다. 역시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절로 마음이 약해졌다.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강현우가 다리 때문에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고, 이상한 곳에 있는 지금 이 순간에는 눈앞의 남자가 슬퍼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녀는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