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는 택시 기사에게 돈을 건네고 자취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모퉁이를 돌자마자 누군가 그녀의 코를 틀어막았다. 심하게 발버둥 치던 그때 귓가에 서진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전에 뭐라고 했어? 또 수아를 건드리면 남자들한테 보내겠다고 했지? 근데 이번에는 다른 사람 말고 차민우한테 보내줄게. 그 자식이 예전부터 널 덮치고 싶어 했거든. 오늘 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침대에서 하는 수작이 꽤 화려하니까 네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진아는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 액체를 반병이나 억지로 들이켜야 했다. 대체 무엇인지 온몸이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고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단 하나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만약 이 위기를 벗어난다면 반드시 서진태에게 복수하겠다고.
차 안으로 던져지면서 머리를 부딪친 나머지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잠깐 정신이 들었지만 이내 더 큰 혼란이 그녀를 덮쳤다.
자동차가 화려한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정신을 잃은 이진아는 어떤 방 안으로 던져졌다.
차민우와 서진태 모두 어릴 적부터 강서준과 가깝게 지낸 사이이다.
서진태는 오랫동안 이수아를 짝사랑해왔고 차민우는 예전부터 이진아를 탐내고 있었다.
오늘 밤 서진태의 전화를 받았을 때 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이진아를 데려올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두 사람은 침대 옆에 서서 정신을 잃은 이진아를 내려다보았다. 흥분한 차민우는 한 시도 참을 수가 없었다.
“진태야, 내가 진짜 얘를 건드려도 서준이가 화내지 않는다고?”
서진태가 싸늘하게 웃더니 휴대폰을 꺼내 강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서준의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서준아, 민우 씨가 이진아한테 관심이 있다는데 둘이 한 침대에서 굴러도 괜찮지?”
“당연하지. 안 그래도 걔 때문에 귀찮아 죽겠는데.”
서진태가 정신을 잃고 침대에 누워 있는 이진아를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그럼 다행이고. 우린 여전히 좋은 친구야.”
전화를 끊고는 차민우의 어깨를 툭툭 쳤다.
“본인이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