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화

이진아가 깨어날 때, 폭우가 아직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가 무겁고 발이 가벼운 느낌이 들었고 눈앞이 아찔하였다. ‘망했다, 나도 열나네.’ 욕실에서 걸어 나오는 강현우를 보자 그녀는 몇 초간 멈칫하더니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에 자세히 보지 않았으나 강현우의 몸에 여자의 손톱자국 흔적이 있는 것 같았다. 가슴은 고양이가 긁은 것일 수도 있지만 등까지 긁을 리가 없었다. 강현우의 등에는 여러 개의 손톱자국이 있어서 매우 야릇해 보였다. 이진아는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간단히 씻으려고 하였다. 이곳의 세면도구는 매우 초라했다. 1천 원짜리의 일회용 칫솔과 치약이었다. 그녀는 머리가 흐리멍덩한 상태에서 치아를 닦으면서 강현우가 이번에 많이 고생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좁은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불쑥 나타났다. 손을 씻으려고 들어왔는지 강현우는 그녀의 뒤에 섰다. 이진아는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피하였다. 화장실이 작아서 양보해도 두 사람의 어깨가 서로 부딪혀야 했다. 강현우는 윗옷을 입지 않았고 느긋느긋 손을 씻으면서 로열 스위트룸에 있는 것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이진아는 그의 몸에서 내뿜은 열기가 얇은 천을 통해 그녀의 공간을 마구 침범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입 안에 난 거품을 뱉어낸 후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 쪽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이때, 강현우의 손이 뻗어 나오면서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 그의 팔은 매끄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이진아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왜 이러시죠?” 강현우는 가까이 다가서서 그녀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나타난 경계심을 보자 천천히 손을 내려놓았다. 이진아는 한숨을 돌리고 다급히 어제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젯밤에 에어컨 난풍을 틀어서 그녀의 옷은 이미 말랐지만 입을 때는 다소 불편했다. 이 집에 쿠키가 준비되어 있어서 몇 조각을 먹었다. 강현우가 욕실에서 나온 것을 보자 손이 멈칫했다. 강현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화살에 놀란 새처럼 온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