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화

이진아는 지금 Z의 상태가 이상하게 편집증적 증상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말한 ‘선배’란 사람이 누구지? “당신을 갖고 놀지 않았어요.” 이진아는 Z의 손을 잡고 침대 옆으로 끌어당겨서 앉혔다. “나도 제트를 싫은 적이 없어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조개껍질은?” Z가 또 물었다. 그는 항상 그녀가 무심코 한 약속에 집착했다. 이진아는 자기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닌지 반성하기 시작했다. “잊었어요. 다음에 꼭 갖다 줄게요.” 그는 입술이 파르르 떨면서 말했다. “나를 갖고 노는 게 맞네요.” 이진아는 사실 좀 짜증이 났다. 그녀는 사람을 달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고 그녀도 홧김에 인정하였다. “그래요. 내가 당신을 갖고 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헤어져요.” 그녀가 이 말을 내뱉자 무시무시한 살의를 느꼈다. 그러나 이 살의는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향한 것이었다. Z는 천천히 일어서서 갑자기 이진아의 얼굴을 잡고 맹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두 사람의 입 안에 피비린내가 났다. 통증을 느낀 이진아는 Z를 밀어내려고 했는데 그는 그녀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녀는 아파서 얼굴이 찌그러졌다. “제트.” 그녀의 부름에 Z는 그녀를 놓아주었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후회할 거예요. 이진아, 당신 후회할 거예요.” 이진아는 입술을 오므리자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Z는 정말 사정없이 깨물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고 Z를 붙잡으려고 했으나 Z는 단번에 뿌리쳤다. 그는 문 앞에 다가간 후 그녀가 만류하기를 기다리는 듯이 멈췄다. 이진아는 자신의 입술을 만지면서 한참 생각하다가 한마디 하였다. “됐어요. 나도 지쳤어요. 제트, 당신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당신은 그냥 내가 가장 필요할 때 나타난 사람이에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Z는 빠른 발걸음으로 나갔다. 곧이어 ‘펑’ 하는 거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진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천천히 누웠다. 집에서 이틀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