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고 강오름의 말 때문에 마음이 다 심란했다.
“아니에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지금 출발하니까 한 시간 후면 도착할 거예요.”
“거짓말하지 말아요.”
불안해 보이는 그의 말투에 이진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거짓말 아니에요.”
한편 카페 안.
강오름의 얼굴에 감돌던 다정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멀어져가는 이진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말했다.
“이진아 남자친구가 누군지 알아봐.”
강현우일 리는 없었다. 이진아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강현우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고고한 사람이 이진아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서 부도덕한 짓을 할 리가 있겠는가?
강오름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해솔 형이 실종된 게 분명 삼촌이랑 관련이 있어. 다만 삼촌이 너무 은밀하게 처리해서 아직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고. 근데 괜찮아. 이젠 내가 귀국했으니까 싸울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
게다가 그는 강현우의 약점까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가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회암이 참 재미있어지겠구나.’
...
이진아가 Z의 양옥집에 도착했다. 벌써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사방이 칠흑처럼 어둡고 으스스했다.
초인종을 누르려 손을 뻗은 그때 문이 저절로 철컥 열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 전등 스위치를 찾으려고 벽을 더듬거렸지만 벽에 아무것도 없었다.
“제트?”
일단 현관문을 닫았다. 어찌나 어두운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지난번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바로 그때 두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Z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물 샀어요?”
이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재빨리 몸을 돌려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빛이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의 손바닥에 붕대가 감겨 있는 것만 느껴졌다.
‘직접 감았나?’
“샀어요. 앉을 자리로 데려다주면 안 될까요?”
Z는 이진아의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