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죽은 얼굴로 차에서 내린 이진아는 문을 닫으면서 이렇게 물었다.
“대표님, 셰프님을 부를까요?”
돌아온 건 매정하게 닫히는 차 문소리뿐이었다.
이진아는 그녀가 또다시 강현우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걸 알아챘다. 무뚝뚝한 강현우를 여러 번이나 화나게 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었다.
이진아가 차에서 내리는 걸 본 소정인이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
“대표님이랑 같이 타고 갈 줄 알았는데 진아 씨도 별거 아니네요?”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소정인을 돌아보았다.
한 달 전 소정인은 그녀를 볼 때 매우 불안해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남을 비웃고 조롱하는 방법을 배웠다.
“정인 씨, 누가 정인 씨한테 뭐라 했나요?”
그러자 소정인이 싸늘하게 웃었다.
“왜요? 내가 진아 씨의 진짜 모습을 까발릴까 봐 두려워요? 진아 씨 처음부터 날 가지고 놀 생각으로 찾아왔잖아요. 강 대표님을 딱 한 번만 만나게 해줘서 상사병에 걸렸다고요.”
그녀의 말이 옳았다. 이진아는 태생이 미천한 여자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이진아는 그녀를 필요할 땐 부르고 필요 없을 땐 버리는 값싼 도구로 여겼다.
돈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존엄을 마구 짓밟아도 되는 걸까?
눈에 띄게 달라진 소정인의 모습에 이진아는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 누군가가 소정인에게 무슨 말을 한 바람에 그녀가 이렇게 변한 게 틀림없었다.
이진아가 자리를 뜨려는데 소정인이 졸졸 따라왔다.
“이진아 씨,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나 무조건 강 대표님과 결혼할 거예요.”
그 말에 이진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처음에 정인 씨를 찾아간 건 정인 씨가 주제 파악을 할 줄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근데 지금 보니 내가 틀렸네요. 강 대표님과 결혼하겠다고요? 정인 씨처럼 아무것도 든 게 없는 머리로? 재벌가에 시집가는 여자는 최고의 학력과 미모를 겸비해야 해요. 근데 정인 씨는 중졸이죠? 강 대표님의 말을 알아들을 수나 있겠어요? 주식 얘기를 하면 이해할 수 있어요?”
소정인은 모욕감을 느꼈다는 생각에 원망 가득한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