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는 그를 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뒷머리가 욱신거리는 통증에 너무 괴로웠는데 이게 바로 불안 증세였다.
“제트가 나한테 무슨 약을 주든 상관없어요. 기꺼이 먹어요 난. 그러니 다른 생각 말고 푹 쉬어요. 요 며칠 내가 여기서 돌볼 테니까 적어도 사흘은 푹 자야 해요.”
그녀는 Z의 어깨에 손을 얹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협력업체랑 몇 가지 마무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 점심에 다시 올게요. 그 뒤론 어디도 안 가고 제트 옆에 있어 줄 테니 내일까지 우리 함께 푹 자요. 먹을 것도 좀 챙겨올게요.”
Z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덥석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안 나가면 안 돼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진아는 여전히 그의 미세한 온기를 느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다시 소파에 누웠다.
“회의 점심으로 미루고 우리 함께 점심까지 자요. 그러고 나서 회의하러 갔다가 오는 길에 먹을 것 좀 사 올 테니 먹고 또 자요. 이러면 되죠?”
그는 눈을 감고 알겠다며 대답했다.
몇 초 후, 남자한테서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빨리 잠들다니... 어젯밤에도 못 잔 걸까?
대체 매일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날 점심, 이진아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회사에 나가서 회의를 마치고 간단히 밥을 먹은 후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포장해 Z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몇백 미터도 채 못 가서 박여진을 만났다.
박여진은 한창 길가에 서서 누군가와 통화하며 긴 손가락으로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이진아는 차를 세우고 경적을 두 번 울렸다.
이에 박여진이 고개를 돌리고 눈썹을 치키더니 상대에게 무언가를 빠르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고 이진아에게 다가왔다.
“진아 씨, 강서연 씨 일은 잘 해결됐어요?”
실은 이진아가 변호사를 고용했을 때 그녀에게 얼핏 언급했었다.
“추궁 안 하기로 했어요. 어쨌거나 배후에 강씨 가문이 뒷받침해주잖아요.”
박여진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올라탔다.
“마침 잘됐네요. 나 좀 태워줘요. 요즘 스트레스받아서 미칠 지경이에요.”
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