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동안 병실 안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강윤석이었다. 그는 천천히 강서연을 일으켜 세우며 자애로운 어조로 말했다.
“이마에 피까지 흐르는데 왜 이렇게 흥분해? 네 삼촌 표정 좀 봐봐.”
강서연은 그 기세등등함으로 겨우 침대까지 왔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면서 강현우를 바라봤다.
다만 강현우는 역시 강현우였다. 아무 영향도 안 받은 것처럼 태연하게 휠체어에 앉아 있었으니.
오히려 강서연이 정신을 차리고 난 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에 삼촌은 그녀가 말만 잘 들으면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좀 전에... 반항한 게 아닐까?
강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끔찍하게 망가진 자신의 팔다리를 바라보더니 눈시울이 빨개졌다.
“할아버지! 다른 건 다 모르겠고 이번 일은 반드시 절 위해 나서주셔야 해요!”
부축을 받으며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온몸이 쑤시는 것보다 더욱 아픈 것은 심장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삼촌인데 이제 이 지경까지 와 버렸다.
강현우가 이진아를 좋아하니까.
대체 왜 이진아만 좋아하냐고?
강서연은 입술을 꼭 깨물었고 손끝에 피가 맺혔다.
“삼촌, 이진아 좋아하는 거 감히 인정하기도 두렵나요? 그렇다면 좋아하는 그 마음이 너무 싸구려 같네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주지훈이 질책했다.
“서연 씨!”
강서연은 두 눈을 부릅뜨고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왜요? 제가 틀린 말 했나요? 이진아가 왜 삼촌 안 좋아할까요? 삼촌이 마음을 너무 깊숙이 숨겨서 아무도 그 속내를 모르니까 그런 거죠. 그래서 우리 오빠한테 진 거라고요! 진작 이진아한테 고백했더라면 두 사람 만나고 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하여튼 삼촌은 감정에 이토록 서투르니 진아 마음 못 얻는 것도 당연한 거예요.”
버럭 울부짖고 보니 온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졌고 오직 쿵쾅대는 심장 소리만 들려왔다.
강서연은 흥분한 탓에 뺨이 붉게 물들었고 강현우의 표정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이때 강윤석이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연아, 몸조리 잘하렴.”
강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