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진은 흐릿한 정신으로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더 이상 이 층에 머무를 수 없다는 걸 알고 다시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파트너들은 원래도 불안해했었는데 박여진이 눈치챘다는 걸 알고는 쫓아가려 했다. 하지만 이 호텔에 언제든지 사람이 나타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해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여 몇 층 아래까지 쫓아갔다가 박여진을 따라잡지 못하자 욕설을 내뱉으며 포기했다.
오늘 밤 원래 박여진과 하룻밤을 보내려고 했는데 상대의 경계심이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다.
박여진은 어떤 사람의 도움을 받아 아래층까지 내려와서야 털썩 주저앉았다.
그 약은 온몸의 힘이 빠지게 하는 약인 것 같았다. 적어도 지금은 정말 힘을 낼 수 없었다.
그녀는 로비에서 잠깐 쉬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파트너들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머리가 아파 미간을 문질렀고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전에 박태호가 그런 말을 했을 때부터 그녀는 파트너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로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
회사가 이제 막 계약을 하나 따낸 상황이라 만약 이 시점에서 얼굴을 붉히면 누구도 이득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마음대로 날뛰게 내버려 둘 수 없었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들이 먼저 수를 썼으니 박여진도 당연히 복수해야지 않겠는가? 그들의 약점만 잡으면 될 텐데.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몸의 무력감을 없애려고 애썼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는데 김해영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여진아, 오늘 태호를 봤어? 걔 또 안 들어왔어. 지난번에 봤을 때부터 이상하던데 둘이 혹시 싸웠니?”
박여진은 지금 박태호의 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 움직일 수조차 없었으니까.
“안 싸웠어요.”
김해영이 잠깐 침묵하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내가 최근에 사진 몇 장을 받았는데... 여진아, 우리 좀 만날까?”
박여진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설마 파트너들이 날 쫓아내려고 다른 일도 꾸몄나?’
그녀는 숨을 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