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8화

박태호는 그의 시선을 따라 그쪽을 바라보다 박여진을 발견하고 온몸이 굳어버렸다. 유승준은 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박태호가 룸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을 생각하고 그를 밀치며 곧바로 그 세 사람 앞으로 데려갔다. 영지의 안색은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따라오며 상냥하게 외쳤다. “여진 언니,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박여진은 박태호를 쳐다보지 않은 채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진아에게 물었다. “이 가방 마음에 들어요? 제가 사줄게요. 저에게 닥친 어려움을 해결해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생각해요.” 이 사람들은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이진아는 한 번 쳐다보더니 이 색깔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 영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여진 언니, 언니 회사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들었어요. 언니의 파트너들은 모두 남자던데 그분들이 언니에게 그렇게 후하게 나눠 주나요? 예전에 남자들은 여자와 협력하면 가능한 한 자신이 더 많이 가져가려고 할 텐데요. 이 가방이 6억이나 하니 싸지 않네요.” 그녀의 말에는 다른 뜻이 내포되어 있었는데 박여진이 요즘 돈이 많고 씀씀이가 헤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몇몇 파트너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내줄 수 있었을까? 분명 언니가 남자들에게 아양을 떨어서 그랬을 거야. 정상적인 협력 관계라면 파트너들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할 거잖아.’ 예코는 두 팔을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 그녀는 이런 여자를 가장 싫어했다. 말할 때 몇백 번이나 돌려 말하며 자신이 매우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여자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게 힘들지도 않아요?” 영지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라고요?” 이진아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가방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더는 가식 떨지 말라는 말이에요. 특히 우리 앞에서는 가식 떨지 말아요.” 영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한 손으로는 박태호의 팔을 잡고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전 여러분이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에게 악의가 너무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