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2화

입구에서 가면을 고를 수 있었지만 대부분 가면을 쓰지 않았다. 입구 근처는 다크 나이트와 다를 바 없는 도박장이었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보다 훨씬 제멋대로였고 심지어 한 나라 대통령의 목숨까지도 도박으로 걸 수 있다고 했다. 연하국에 있는 다크 나이트가 지나치게 법규를 지키지 않는 행위를 일삼는다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하여 겉으로는 규율이 없어 보여도 가장 높은 곳에는 엄격한 규율이 존재했다. 하지만 솔라리스의 지하 격투기장은 규율은 물론이고 법조차 무시되는 곳이었다. 이진아는 이미 도박판에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남자들과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포효 소리에 이곳이 지옥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옆에 있던 종업원에게 물었다. “격투기장은 어디인가요?” “이쪽으로 오시죠.” 이곳의 복도가 너무나도 복잡해서 처음 방문한 사람은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두 개의 긴 복도를 지나자 수많은 반투명한 문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문 안쪽은 도박꾼들의 천국이었는데 아름다운 여성과 남성들을 선택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았다. 남녀를 불문하고 제값을 치르고 이곳에 들어간 순간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마침내 거대한 관람석에 도착했고 바로 정면에 격투기장이 보였다. 격투기장 안에서 맹수와 인간의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인간은 이미 한쪽 팔을 잃었고 피가 링 위에 흥건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인사들이라 잔혹한 취미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 이진아가 링 위의 피를 보던 그때 옆에 있던 소민준이 입을 열었다. “격투기장 안의 사람들은 높은 분들의 통제를 받아. 선수들 사이에도 랭킹이 있는데 랭킹이 높을수록 출전료가 비싸. 대부분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자랐을 거야. 격투기장에서 살아남으면 약간의 돈을 벌 수 있지만 그 돈으로 자유를 얻기엔 턱없이 부족해.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는 건 자유를 얻기 위함이지만 정작 왜 이곳에 왔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그 때문에 격투기장에는 오직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