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 젓가락 하나만 더 보태면 될 일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육성현밖에 없을 거야.’
“그럼 그녀는 무슨 신분으로 여기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거야?”
염정은이 물었다.
“당신의 애인? 성현 씨, 이건 너무 모욕적인 거 아니야?”
“당신들이 이 여자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육성현은 식사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물었다.
모든 사람들은 육성현의 논리에 말문이 막혀 뭐라고 하지 못하고 속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조영순은 바로 진정하고 말했다.
“기왕 왔으니 다 털어놓고 얘기하자. 성현 씨, 당신이 염가와 혼인을 취소한 게 이 여자 때문이야?”
육성현은 귀찮아서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답은 이미 뻔했다.
그러자 조영순이 말했다.
“당신 웃기려고 그런 거지? 빈민가의 여자를 위해 염가랑 맞서겠다? 당신이 정말로 육가의 후계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의심되네.”
육성현은 손에 유리잔을 들고 천천히 돌리면서 매섭고 차가운 눈으로 조영순을 바라보며 물었다.
“혜정 씨가 수술대에 올랐을 때 당신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 일부터 설명해 주시겠어요?”
조영순은 엄혜정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는 그날 밤 폭로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육성현이 고작 애인 하나 때문에 염가와 적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육성현이 보통 흐리멍덩한 게 아니었다.
‘공공연히 엄혜정을 데리고 와 염가를 도발하다니.’
하지만 조영순은 눈 깜박할 사이에 전략을 바꿨다.
“이 일은 확실히 우리가 잘못했어. 그래서 사과하는 의미로 엄혜정을 의녀로 삶고 싶은데…….”
이 말이 나오자 눈동자만 조금 흔들린 육성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숙모, 그게 무슨 뜻이에요?”
염정은은 첫 번째로 나서 싫은 말투로 물었다.
‘장난해?’
‘엄혜정을 염가의 의녀로 삼다니. 그렇게 되면 빈민가의 여자가 나와 대등하게 되는 거잖아?’
조영순은 그녀에게 조급해하지 말라는 눈빛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은혜를 베푸는 눈빛으로 엄혜정을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