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분위기는 완전히 드라마 그 자체였다. 청춘 시절의 순수한 짝사랑, 그리고 오랜만의 재회... 마치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그 설정에 사람들은 괜히 들떠 있었다. 하지만 서규영에게 이 모든 건 가식처럼 느껴졌다. 이보다 더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장면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굳이 이 연극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이라고? 고태빈... 너 언제까지 연기할래?” 그 한마디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고태빈의 표정 역시 점점 차갑게 굳어갔다. 그때 소미라가 다급히 눈치 보며 서규영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애들아, 우리 일단 앉자. 어... 반찬 식겠다. 얼른 들어.”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고태빈과 서규영은 같은 테이블에 있었지만 그들 사이엔 몇 명의 친구들이 자리했다. 그럼에도 불편한 공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소미라는 조심스레 몸을 기울이며 서규영에게 속삭였다. “미안해, 규영아. 난 네가 안 올 줄 알았어.” 서규영은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속이려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태빈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할 만큼 말했고 분명히 선을 그었는데 그는 여전히 망상 속에 갇혀 살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굳이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들 사이에 결혼이라는 과거가 있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서규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 근데... 나, 네 결혼식엔 못 갈 것 같아.” 그녀는 소미라가 고태빈과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장우현만큼은 분명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의 태도만 봐도 고태빈과의 관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소미라의 얼굴에는 잠시 미안함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서규영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과거의 서규영은 고태빈을 정말 좋아했었다. 전교생이 다 알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