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화
하지만 박해은은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야, 태빈 오빠가 돈 때문에 그런 건 아닐 거야.’
예전부터 고태빈은 그녀에게 언제나 아낌없었다.
한 번은 그녀가 5억을 요구했을 때도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바로 송금했었다.
“근데 태빈 오빠.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부서 사람들한테 밥 사는 날이잖아. 규영 언니도 온단 말이야. 오빠가 와서 분위기 좀 잡아줘야지. 안 그러면 언니가 또 나 무시하고 곤란하게 만들지 몰라.”
‘서규영’이라는 이름에 고태빈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짧은 침묵이 흘렀고 그 사이로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곧 갈게.”
그제야 박해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응, 기다릴게.”
그 시각, 로킹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 안에서는 이미 식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주문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올랐다.
박해은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여러분. 일단 드세요. 제 남편은 조금 늦는다고 하네요. 먹으면서 기다리죠.”
그녀는 직원들이 자신의 남편이 도착하길 기다렸다가 함께 먹자고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 한마디 했다.
“저 진짜 배고파 죽겠는데요.”
그 말은 신호라도 된 듯 사람들의 젓가락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갈비 진짜 맛있어요.”
“크림 새우 볼도 맛있어요. 근데 양이 너무 적어요, 한 입 거리잖아요.”
“저 그거 아직 못 먹었어요. 하나 남겨 줘요, 맛 좀 보게.”
박해은은 그들의 대화에 멍해졌다.
사람들은 몇십만 원짜리 요리들을 마치 회사 구내식당 점심처럼 서너 입 만에 비워내고 있었다.
술도 없고 대화도 없었다. 정말 밥만 먹으러 온 사람들처럼 조용히 젓가락만 움직였다.
십 분이나 지났을까.
테이블 위는 이미 빈 접시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해은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이 사람들은 눈치라는 게 조금도 없는 걸까?’
건배 제의도 없고 분위기를 띄우려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남편이 언제 오느냐는 질문조차 나오지 않았다.
냉랭한 공기 속에서 시간만 느리게 흘러갔다.
그리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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