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규영이 그렇게 단호하게 결혼을 결심했는지 왜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냥 한 끼 식사를 배달했을 뿐인데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왜 그리 큰 사건처럼 번진 걸까.
게다가 그때 그는 진짜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게 박해은의 말 때문이었다는 걸 생각하니 이제 확실히 알았다.
박해은이 자신과 서규영의 관계를 틀어놓는 데 단단히 한몫한 셈이었다.
박해은은 그 사실을 깨닫고 순간 가슴이 조여오는 듯했다.
그녀가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고 눈물이 금세 그녀의 눈가를 가득 채웠다.
박해은은 고태빈의 손을 꼭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내가 이러는 이유는... 오빠를 너무 사랑해서 그래.”
“내가 서규영 씨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두 사람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아. 그런데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난 오빠 같은 완벽한 남자가 한 사람을 그렇게 아끼는 게 부러웠어. 서규영 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그 여자는 오빠한테 어울리지 않아. 안 그래?”
박해은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은 마치 한 송이 작은 흰 꽃이 빗물에 젖어 있는 듯 연약하고 애처로웠다.
“오빠, 난 그저 평범한 사람이야.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완벽한 사람이 아니야. 나는... 오빠를 너무 사랑했어. 오빠는 내 인생을 비춰준 유일한 빛인데 그 빛을 어떻게 포기해?”
그 모습을 본 고태빈의 마음도 부드럽게 녹았다
이런 고백 앞에서 무심할 남자가 어디 있을까.
특히 서규영에게 상처받아 상처투성이인 자존심을 떠올리면 지금 박해은은 그에게 거의 신성한 존재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어릴 적 마음속 이상형이었던 박해은이 지금 자신의 앞에서 몸을 낮추고 작은 꽃처럼 조용히 울며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 장면은 남자로서 상상 이상의 감정을 자극했다.
고태빈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감쌌다.
“해은아, 우리... 구청 가서 혼인신고 하자.”
그러자 박해은은 순간 멈칫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