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내가 모두에게 나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배진욱은 분명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의 거듭된 부탁에 결국 자리를 떴다.
마희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아요? 저는 강희주 씨의 상태가 조금 더 나아진 후에 다시 와도 돼요.”
“지금도 저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약을 먹게 된 것과 방사선에 노출된 것을 제외하면 내 상태는 이 정도면 나름대로 괜찮은 상태였다.
내 말에 마희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본격적으로 진술을 받기 시작했다.
유시은은 처음부터 해외로 도피할 생각이었는지 나에게 그 모든 이야기를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후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더욱 숨기려 하지 않았다.
유시은은 배진욱과 내가 계속 함께할 수 있도록 그가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배진욱을 깊은 나락으로 빠뜨리려 했다.
나는 눈을 반쯤 감고 유시은이 나에게 말해준 배진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모조리 털어놓았다.
마희연의 얼굴은 내 말을 들을수록 점점 더 굳어졌다.
“유시은 씨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는 없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증거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경찰 측에서 증거를 찾으려 해도 찾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지 너무 오래되었기에 노래방 도우미를 찾는다 해도 증거로 삼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만약 배진수가 유시은을 접촉한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마희연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도 배진수 씨의 범죄로 볼 수는 없어요. 이론상 배진수 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증인도 증거도 없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은 이미 나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배진수는 수년 동안 줄곧 신중하게 움직여 온지라 지금 이 시점에 꼬리를 드러낸다 해도 사람들에게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일은 그저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눈앞의 이 정의로운 여경에게 달려 있었다.
“강희주 씨, 이 사건은 마무리가 된다고 해도 유시은 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