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의 마지막 말이 나와 배진욱을 동시에 놀라게 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아무리 강산이 비열하다 해도 나에게까지 손을 대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배진욱의 얼굴은 이미 어두워졌다.
강유정은 더 머무르지 않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말을 되새기며 강산이 돈에 그토록 급박하게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펀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배진욱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꽤 대단하다? 거짓말로도 단서를 찾아내다니.”
그러자 배진욱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네가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는 거지.”
진지한 배진욱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당연히 펀드 때문이지.”
이 말에 내가 더 혼란스러워하자 배진욱은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강산이 돈이 필요해. 그런데 네가 그 펀드를 가지고 있고 오강이 그 펀드를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넌 위험해질 수밖에 없어.”
“오강에 대한 단서도 있고 네가 그 당사자니까 그 돈을 차지하려면 그 사람들은 너희 두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지.”
나는 그의 말이 점점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렇다. 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강산 그룹에 지금 당장 필요한 자금이 될 수 있다.
강산 그룹은 당장 돈이 부족하고 몇몇 프로젝트도 자금 흐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그 돈은 강산의 손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넌 내 남편이잖아. 내가 죽으면 넌 내 첫 번째 상속인이잖아.”
하지만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배진욱은 내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
“죽다니, 죽는다니! 제발 그런 얘기는 그만해.”
“넌 내 아내가 맞아. 그런데 네가 강유정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잊었어?”
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강유정에게 곧 이혼할 거라고 말했지만 그녀도 지금은 우리가 당장 이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설마 큰아버지께서 우리가 이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