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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장

이제 강주승은 말조차 바로 하지 못했다. 박스를 빼앗아 가기는커녕 지시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표님, 옆방이 강진 방입니다, 한번 보고 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경호원은 박시준에게 말했다. "얼굴이 다 망가졌다고 하던데, 그렇게 외모에 신경쓰던 사람이 얼굴이 망가졌다니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겠죠." 경호원은 박시준이 강진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박시준은 원래 강진을 보려고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경호원에 말에 그는 발걸음을 잠깐 멈췄다. 박시준은 강진의 병실 앞에 다가가 문을 열었다. 강진은 박시준과 바로 눈이 마주쳤다. 강진의 눈에는 순간 공포로 가득 차 버렸다! 강진은 거즈로 덮인 자기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무의식적으로 박시준의 시선을 피했다. "해외로 도망간 거 아니었어?" 박시준은 목을 가다듬고 차갑게 말했다. "돌아왔어? 겁도 없이." 강진은 눈물을 흘리며 절망스럽게 말했다. "시준아, 나 이제 도망가지 않을게! 그냥 죽여줘!" 강진은 말하면서 이불을 들어 치우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강진은 비틀비틀 박시준의 앞까지 걸어와 '쿵' 하고 무릎을 꿀었다. 그리고 박시준의 바짓 가락을 잡았다. "시준아, 나 끝났어! 내 인생 다 끝났어! 네가 끝내줘! 나 자살은 못하겠어... 제발 나를 죽여줘..." 박시준은 죽고 싶다는 강진의 얼굴을 내리보며 마음속에는 가여우면서도 한심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네가 죽고 싶어 할수록 더 죽이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강진을 바라보며 그녀를 밀어냈다. "그냥 이렇게 평생 연민하며 살아!" ... 박시준이 병원에서 나올 때, 온 도시는 이미 신비하고 궤매한 암흑에 휩싸여 있었다. 나뭇가지들은 찬바람에 흔들려 쓸쓸한 소리가 났다! 나뭇가지에 머물러 있던 눈 덩어리는 뚝뚝 바닥에 떨어졌다. 박시준은 차에 탔고 기사님은 출발해 병원을 떠났다. "대표님, 이제 어디로 갈까요?" 기사님은 물었다. 박시준은 몇 초 동안 침묵했다. 그는 본인 집과 진아연의 집 사이에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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