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빈은 이엘 그룹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노장인데 그를 건드리면...
오후에 육성재는 일찍 퇴근해서 육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갔다.
육병찬과 조은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염유라 역시 가지 않은 데다 육서진이 돌아왔다.
성미현은 세 사람이 카드 게임을 하는 걸 지켜보는데 육서진이 이따금 카드를 들고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보지 마. 또 딸 도와서 내 돈 뜯어내려고 그러지? 딸은 친딸이고 난 어디서 주워 온 자식인가 봐?”
성미현은 시끄럽다는 듯 말했다.
“오늘 유라도 있으니까 너나 억지 부리지 마. 시연이는 한 번도 속임수를 쓴 적 없어.”
“아니면 고스톱이나 칠까요? 이모도 같이 해요.”
염유라가 부드럽게 묻자 육서진이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시연이 고스톱 할 줄 모르는데 일부러 난처해지라고 그러는 거야?”
“육서진, 헛소리하지 마. 염유라 씨는 그런 뜻이 아니잖아.”
이시연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육서진이 자신의 편을 들어준다는 건 알아도 염유라는 그녀에게 악의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다.
허소민 사건으로 그녀도 경계심을 품고 있지만 염유라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그녀가 먼저 상대를 공격할 일은 없었다.
성미현은 육서진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넌 왜 말을 그렇게 해?”
염유라도 당황한 표정이었고 이시연은 처음으로 이 아가씨의 얼굴에서 억울함이 스쳐 지나가는 걸 보았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염유라에게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예의 바르다는 거다.
지나치게 예의가 바르고 정중해 얼굴에 어떠한 감정도 엿볼 수 없을 정도였다.
“염유라 씨, 저런 헛소리 듣지 마요. 평소에 농담하는 게 익숙해서 집에서 멋대로 얘기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요.”
이시연은 고개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육성재를 보았다.
“무슨 일이야?”
방 안의 분위기가 조금 미묘하다는 것을 감지한 그가 소리 내 묻자 성미현은 따뜻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내가 서진이를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애가 말버릇이 없네. 유라 너는 듣지 마. 이모가 제대로 혼내줄게.”
이시연은 육성재의 표정이 살짝 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