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그는 늘 그랬듯이 내 상처가 겨우 아물어갈 무렵이면 어김없이 다시 날 짓밟았다.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치자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 통증이 훅 치밀자 나는 왼손을 등 뒤로 숨기고 이를 악문 채 그를 노려봤다. “내가 틀린 말 했어? 아까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너도 봤잖아. 내가 왜 기어가서 챙겨야 하는데? 조민서면 충분하잖아!” “손자며느리는 너야.” 박윤성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조민서를 그렇게 챙기는 데엔 이유가 있어. 조민서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 전우였고 전장에서 우리 할아버지를 구하다 돌아가셨어.” 그런 사연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나는 단호하게 받아쳤다. “그건 네 할아버지가 진 빚이지 내가 진 게 아니잖아. 내가 왜 조민서 눈치까지 봐야 되는데?” 박윤성은 눈빛이 서서히 식더니 이내 실망스러운 기색까지 비쳤다. “송지연, 너 예전에 이렇지 않았어.” 그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나를 바라보자 나는 비웃듯 웃어버렸다. “예전엔 어땠는데? 사람들이 모두 짓밟아도 웃으며 대하는 사람이었어? 미안하지만 이제 그렇게 안 살아!” 그는 말없이 나를 번쩍 들어 어깨에 메더니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야!” 나는 깜짝 놀라 그의 등을 마구 두드렸다. “박윤성! 당장 내려놔! 뭐 하는 거야! 내려놔!”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요즘 들어 그가 날 이렇게 어깨에 메는 일이 점점 늘었는데 어느새 내 반항이 익숙해졌는지 내가 어디를 때릴지까지 다 알고 피하며 그대로 나를 별장 복도 맨 끝 방으로 데려갔다. 그 방은 널찍한 스위트룸이었는데 단정하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가 딱 박윤성다운 느낌이었다. 그는 나를 침대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침대 머리맡에 걸려있는 우리의 결혼사진을 보자 여기가 우리 둘의 방임을 직감했다. 나는 곧장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어디 가려고?” 그가 허리를 감싸안으며 내 길을 막았다. “아까 못 들었어? 나 여기 있고 싶지 않다고! 네 할아버